어른이 되어가는 일

by 흔들리는 민들레





세탁기를 돌렸다. 건조까지 끝난 보송한 빨래를 서랍에 정리해 넣어두고 돌아보니 설거지가 쌓여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조리대 주변을 깨끗이 닦고 돌아보니 어질러진 거실이 보였다. 거실을 정리하고 돌아보니 지저분한 현관이 보였다. 잘 신지 않는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바닥에 있는 흙먼지를 빗자루로 살살 쓸어냈다.

다음 날, 세탁바구니는 거짓말처럼 다시 차오르고,

설거지도 다시 쌓였다. 거짓말처럼 거실이 지저분해지고 현관에 흙먼지가 생겨났다.









매일을 치워도 다시 어질러지는 손때 묻은 살림살이가 있다. 버려도 될 것들은 자꾸만 창고에 쌓여가고, 어느 날 불쑥 그게 거기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난감해하는 일들이 생긴다. 자꾸 버려야지 좀 버리면서 살아야지 다짐을 해도 오랜 시간 정든 살림들을 버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다 낡아 빠져 지금 당장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익숙해서, 그걸 다시 꺼내 쓰고야 마는 습관을 고치는 일이 참 어렵다. 싸고 좋은 제품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인데 버릴 건 버리고 깨끗한 제품 좀 들여놓으면 어때서.











마음속에는 낡은 것들이 많다.

버리지 못한 것들, 버리지 않은 것들,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간직하고 싶은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쉼 없이 생겨나고 쉼 없이 쌓여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속에 낡은 습관이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끊임없이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아는 일이다. 그것은 곧 무지의 상태가 아닌 알고 있는 상태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순히 어떤 지점을 통과하거나 어떤 일을 경험며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마음의 그러한 과정 통해 되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마음의 내용물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 일이다.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내 마음 안에 있는 것들은 나만이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나오거나, 누가 준지도 모를 물건들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매일 정돈하며 살아가는 일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다. 진짜 어른이란, 생물학적인 나이나 사회적인 통과의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어른이란 성숙한 어른이다. 성숙한 어른이란 자기 마음에 대해 책임을 갖는 사람이다. 쓸고 닦고 정돈하는 일에,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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