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노을과 이별한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오후 4시에 돌아오는 큰 아이가 신발을 벗으며 물었다.



/ 엄마~ 저녁 뭐예요?



별 계획 없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그때부터 저녁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 먹지. 귀찮다. 시켜먹을까. 뭐 시켜먹지. 고기? 떡볶이? 한식? 햄버거? 고기도 지겹고 떡볶이도 지겨운 거 같고 한식도 지겨운 거 같고 햄버거도 지겨운 거 같고. 뭐 신박한 메뉴 없을까.

시켜먹어도 고민이고 만들어 먹어도 고민이었다.

시켜먹으며 고민하느니 그냥 해 먹자는 결론을 가지고 냉장고를 팠다.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냉동 해물과, 냉동야채를 들어 깨워 짭조름한 물된장찌개를 끓였다. 된장찌개에는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이고 군만두를 꺼내 약불로 서서히 구웠다.

된장찌개가 보글거리니 집안에 얼큰한 된장냄새가 퍼졌고 군만두가 지글거리며 구워지니 기름 냄새가 퍼졌다.












어스름한 늦은 오후의 하늘 아래서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비어있는 벤치는 심상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잠시 숨을 참고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털어 넣고 돌아서니 어느새 붉어진 하늘이 보였다.

노을은 어쩌면 저렇게 늘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지 수 없는 일이

노을로부터 물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을과 하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밤으로 사라져 가는 노을과 조금 더 함께하고 싶어서 저무는 오후를 걸었다.















퇴근하는 어른들과 학원가는 아이가 이따금 나를 스치고 강아지에게 산책을 당하는 어른이 나를 스쳐갔다. 가벼워진 바람이 내게 찾아와 머물다가 떠났고 길고양이가 사뿐히 곁을 지나쳐갔다.

작은 동네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따듯한 주홍빛 조명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 거리를 노을과 내 슬리퍼가 함께 걸었다.











외롭고 평화로운 오후 잔잔히 러갔고 노을은 어둠 속으로 떠나버렸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일도 꼭 다시 만나자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다시 삼켰다.

나는 매일매일 노을과 이별을 한다.












이전 09화사랑은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