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볼까, 아유 레디?

by 흔들리는 민들레









울창한 숲에 가려진 하늘이 조각처럼 보였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은 혼자서 걷거나, 누군가와 둘이 걷거나 혹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걸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땀이 난 이마를 식혀주었다. 숲에는 이름 모를 풀들과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갈림길을 만났다. 두 개의 갈림길 사이에 선 나는 두 길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정표에 두 길의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길들보다 숲으로 가보고 싶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걸어서 생긴 길과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길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자칫하면 조난을 당거나 산짐승을 만날 수도 있으니 위험할 수도 있는 길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길을 가보고 싶서였다.














그날 는 새로운 길을 갔을까?

두려워서 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서 더 이상 풀이 나지 않는 흙길을 걸었다. 발밑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빠직하는 소리가 났다. 남들과 같은 것들을 보았고 남들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무 위 어딘가에 있을 새둥지에서 나는 이름 모를 새소리들, 다람쥐가 부스럭거리며 먹이를 찾는 소리 같은 것들을 들었다. 사람들이 걸어간 길은 정상까지 구불구불 요소요소 복잡하게 이어져있었다.














산길들은 나의 머릿속에도 있었다.

내가 많이 걸어간 길들이 머릿속 여기저기에 깊이 이어지고 연결되어 닿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같은 선택을 했다. 선택들은 내가 내린 선택이기도 했지만 습관이 내리는 선택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내가 내린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의 길들이 내리는 선택이었다. 같은 경로로 내려지는 선택들은 같은 경로로 결론 내려졌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결과가 나뉘어 보관되었다. 그것들은 통계가 되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고 어느덧 나의 정서적인 작동방식이 되어갔다.




나를 괴롭게 하는 정서적 작동방식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뇌에 이미 나 있는 무수한 길들 말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해야 했다. 가본 적 없는 길,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무성한 수풀이 우거진 숲의 어딘가를 길로 만들어 나가야 했다.

숲에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두려움을 간직한 채, 커다란 정글 칼을 들고 베어 그릴스 형처럼(왠지 형이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은) 나아가야 했지만 나는 베어 그릴스 형이 아니었다. 나는 나방만 봐도 기겁 졸도를 하는 심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 미터도 겨우 겨우 가는 지경이었다.

토끼 한 마리만 지나쳐도 놀라 나자빠지면서 역시 난 안돼! 라며 과거 닦여진 길 달려가버리고 만다. 행랑을 치다 문득 음의 소리가 들린다.


' 이제 그만 아프고 싶어. '


그래서 오늘도 나는, 정글 칼을 들고 우거진 정글의 입구에 서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시 나에게 묻는다. 아 유 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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