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는 00랑 둘이만 놀고 싶은데 다른 애들이 자꾸 껴서 싫고.. 속상해요...
/ 그랬구나... 그랬겠다.. 우리 00은 00이 참 좋아하는데 그치~ 속상하겠네... 나중에 다른 친구들 몰래 둘이서만 놀자고 해볼까?
/ 아 진짜... 나는 00랑 둘이서만 놀고 싶은데..
/ 그럴 때가 있어~ 엄마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었는데 속상하더라...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만 좋아했었는데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도 좋아했다. 난 그 친구에게 나랑만 놀자고 했는데 그 친구가 다 같이 놀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놀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그 친구랑 단둘이만 남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말하지 못했다. 그 친구가 싫어할까 봐서였다.
친밀하고도 독점적인 관계를 원하는 마음이 수도 없이 부서졌다. 부딪히면 깎여 나가기도 하고
점점 변할 만도 할 텐데 안 그랬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좌절을 안겨주었고 결국 책과 사랑에 빠지게 했다. 책은 나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나를 떠나지도 않을 것이었으니까.
그것은 존재 자체로 대해진 적 없는 한 인간의 결핍이었다.
늘, 언제나, 모두가, 그랬다.
그들이 원하는 거리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멀었다. 원하는 만큼 다가가지 못해 슬펐고 외로웠다. 때로는 원하는 만큼 다가가서 조용히 있었지만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솔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는 붕어빵 틀에서 찍혀 나온 붕어빵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무리 다른 반죽을 부어도 붕어빵 틀에선 붕어빵만 나오는 것이었다. 내 안에는 붕어빵 틀이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관계들에서 다친 후에서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에 알았다)
상대방을 위해 필요한 거리와, 내가 다치지 않을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연 채 상대방을 기다렸고, 사람들은 언제나 내 집에 찾아왔다가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돌아갔다. 내 집에서 무단 취식을 하고 함부로 망가뜨렸다. 너무 외로웠으므로 그래도 사람들을 기다렸다.
태양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베란다에 잘 싸 두었던 선풍기 커버를 벗기니 작년 여름을 함께 보낸 선풍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운 마음에 버튼을 눌러보니 깨끗한 날개가 돌아가며 바람이 흘러나왔다. 선풍기와 마주 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대니 이마와 눈과 코와 귀와 목덜미에까지 바람이 닿았다.
내가 바람에 닿을 수 있는 거리, 선풍기와 나의 거리는 그만큼이었다. 아~하고 소리를 내니 선풍기 날개에 그 소리가 부딪혀 튕겨 나왔다. 떨리는 아~~ 소리가 거실을 채웠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만 나오면 좀 어떠랴 여름의 문턱에서 겨울의 붕어빵을 그려보는 것도 뭐 나쁘지 않았다.
선풍기도 붕어빵도 괜찮았다.
사람들을 짝사랑하는 일이 좋다. 이제는 사람들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사랑할 거니까 괜찮다. 그래도 가끔 외로워질 때면 선풍기 앞에 앉아 아~~ 한번 해보면 된다. 그러면 웃음이 나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