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계란이 미웠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정강이에도 살이 찌는지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한참을 문지르며 멍이 들것임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보니 시퍼런 멍이 들어앉아 있었다. 멍을 보고 나니 몸짓이 조심스러워졌다. 침대 근처를 지나갈 때 그랬고 거실 의자에 앉을 때도 그랬다.

원래가 운동화를 신고도 잘 넘어지는 스타일(?)이라 익숙한 멍이었지만 이번만은 멍이 아주 컬러풀하게 들었다.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멍이었다.











날계란을 준비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던 찰나

어린 시절 외숙모 눈두덩이의 멍이 떠올랐다.

이마로 흘러내린 빠글 파마머리 아래로 파랗게 물든 눈두덩이에 외숙모는 날계란을 굴렸다.

눈에도 멍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목격한 그날이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멍은 어디든 들 수 있다. 눈과 정강이에 들 수 있고

허벅지나 등에도 들 수 있고 팔이나 어깨에도 들 수 있으며 발톱에도 들 수 있다.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멍들은 몇 개쯤일까. 그 멍들은 어디 어디에 들어있을까.

피부에 든 멍처럼 서서히 색이 옅어지며 사라지면 좋겠는데 마음에 든 멍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색을 잃지 않았다. 보이는 곳이라면 날계란을 굴려보기라도 할 텐데 안 보이는 곳이라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아파오고 어딘가에 부딪힐까 조심스럽다. PTSD라는 건 마 그런 멍들 중 대빵 큰 멍 어딘가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보글보글 끓는 라면에 계란을 탁 깨뜨려 넣는다.

노란 계란을 보며 마음속에 든 멍을 생각한다.

쓸모없는 계란 같으니라고. 괜스레 계란이 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