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설거지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생각을 한다.

땅에 내린 하얀 이팝나무 이파리들을 보면서도,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도, 등이 굽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보면서도, 아장아장 걸어가는 꼬맹이를 보면서도, 목젖이 보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는 중학생을 보면서도, 식빵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강아지를 보면서도 생각을 한다.

걸어가거나 가만히 있을 때 그리고 집안일을 할 때도 생각을 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 너무 많은 생각들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안 피곤하니?

/ 생각이 많은 것도 문제야~



그래서 생각이 많은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다 또 생각을 한다. '생각이 많은 것을 왜 부정적으로 여기는 거지' 라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남편이 약을 먹는다고 컵에 물을 따랐다. 큰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컵에 음료수를 따랐다. 작은아이가 우유를 마신다고 컵에 우유를 따랐다. 좀 전에 분명 설거지를 마치고 물기 제거까지 다 해놨는데 씽크대에 사용한 컵이 세 개가 있었다.

물 한잔만 마셔도 설거지할 컵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 복잡한 인생을 살면서 생각을 조금만 할 수 있다는 걸까.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의 부정적 원인은 생각을 많이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생각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나의 행동에게 왜? 라고 묻는 일이고, 나의 생각에게 왜?를 던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왜? 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왜? 왜? 왜? 를 던지는 일이다.

살기 위해선 매일매일 먹어야 하고, 먹고 나면 반드시 설거지가 쌓이는 것처럼 나의 생각도 쌓여간다.

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설거지할 것들이 쌓이고 그렇게 되면 밥 먹을 그릇이 없어진다. 그릇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설거지를 해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생각은 설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