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네 생각을 많이 해

by 흔들리는 민들레









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이었다.

거실에 두꺼운 이불을 깔고 큰아이와 나란히 누워 해리포터를 읽었다. 아이가 첫 번째 권을 읽고 내게 주면 내가 그걸 읽고, 아이는 다음 시리즈로 넘어갔다. 나는 아이를 따라 마법의 세계를 여행했다. 때로 아이가 다 읽지 못했는데 내가 다 읽었다면 다음 시리즈가 내게 넘어올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기다렸다. 창밖에는 고요히 눈이 쌓였고 우리 집 거실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귤껍질이 쌓였다.











소설은 일곱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있는 해리의 성장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시리즈부터 마지막 시리즈까지 해리의 부모를 죽인 볼드모트라는 악인이 등장한다. 해리의 대립자인 볼드모트는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는 공포의 대상인데 해리는 7개의 시리즈를 거쳐 마지막 편에서 결국 볼드모트를 죽임으로써 복수에 성공하게 된다. 해리는 성장하며 여러 사건 사고들을 겪고 그때마다 그의 곁에는 그를 항상 성장시키는 누군가가 있다.

못된 이모 내외와 두들리라는 사촌이 있었고, 마법학교에 입학하며 만난 단짝 친구 헤르미온느와 론이 있었고, 역시 못된 말포이라는 친구가 있었고, 못된 스네이프 교수가 있었고,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아빠의 친구가 있었고, 해리의 가장 큰 정신적 지주인 덤블도어 교장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이들이 특히 해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그들 중 해리의 성장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 인물로는 아빠 친구인 시리우스 블랙과 덤블도어가 있는데 그들은 결국 모두 죽는다.







나는 해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힘 있는 어른이 하나씩 죽어나갈 때마다 깊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는데 해리 아빠의 친구인 시리우스 블랙이 죽었을 때와 덤블도어 교장이 죽었을 때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쯤 되자 어린 해리에게 작가가 너무 가학적인 게 아닌가?라는 그녀의 인성에 대해 진지한 의문점이 생겼는데 나뿐 아니라 수많은 팬들이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에 깊은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더불어 정신적 지주였던 덤블도어까지 죽어 나가자, 이제 우리의 해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차올랐다. 볼드모트는 죽이지도 못했는데 해리를 도와줄 수 있는 힘 있는 어른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조앤 롤링은 인생에서 결국 의지할 사람은 누구도 남지 않으며, 외로움을 극복하고 홀로 싸워 나가는 것이 성장의 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결국 볼드모트라는 인물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삶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대면하는 일이라고. 그 공포와 맞서 싸워야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해리는 결국 볼드모트와 만났고 그를 죽임으로써 어른이 되었다.

요즘 부쩍 해리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맞서야 할 볼드모트는 무엇일까...

뜨겁게 쏟아지는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추운 겨울에 만났던 해리를 떠올린다. 안에 있는 그 아이가 느껴졌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