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당신께 감사합니다.

당신과 나의 고통

by 흔들리는 민들레




호의가 가득한 쇼핑몰


대형 쇼핑몰에 다녀왔다. 옷을 파는 가게, 신발을 파는 가게, 쌀국수, 마라탕, 초밥, 피자,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 음식점,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 다양한 인테리어 용품들을 파는 가게, 캠핑용품, 자전거용품, 주방용품, 화장품, 방향제, 욕실용품,

다양한 식물들을 파는 곳들...


바닥이든 벽이든 어디 하나 얼룩도 먼지도 없는 곳, 세상에 비극이나 슬픔 따위는 한 조각도 없다고 말해주는 듯한 곳을 걸었다. 모든 것이 깨끗하고 새것이었다. 세상의 비극이나 고통은 음부터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대형 쇼핑몰은 우리에게 호의와 친절을 준다.

깨끗한 공간, 편리한 주차시설, 쾌적한 실내온도,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깨끗한 새것들과 최신유행을 갖춘 물건들로 호의를 베푼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는 호의와 친절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불친절과 무례함을 경험하고자 그곳에 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호의를 받고 싶어 하지 불친절이나 무례를 받고 싶어 하진 않으니까.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고와 고통


그곳에서 주는 것들을 누군가는 돈을 지불했기에 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것이 친절과 호의와 편리라고 보는 것이다.

친절과 호의와 편리를 소비자를 위한 수단적 관점으로 볼 때, 갑과 을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게 된다. 그럴 때, 상하가 생긴다. 그런 관점들은 쇼핑몰에서만 등장하지 않는다. 병원에도 관공서에도 호텔에서도 식당에서도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등장한다. 사회 곳곳에서 돈으로 호의나 재능을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내 눈에는 먼지 한 톨 없는 그 공간들이, 수많은 물건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는 그곳이 누군가의 무수한 노고로 보인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향초나 예쁜 쿠션들이 누군가의 고심으로 보이고, 내가 돈으로 구입한 한 그릇의 식사가 누군가의 노고로 보이고, 깨끗하게 정돈된 식기가 누군가의 다리통증으로 보인다. 내가 먹고 난 빈 그릇이 누군가의 고단한 노동으로 보인다.


자기의 몫을 온전히 해내지 못해 타인을 아프게

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의 한편에서는 자기가 맡은 일을 멋지게 해내는 이들이 있다. 고단에도 불구하고, 쉬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경멸이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 있다. 내 눈에는 너무나 깨끗하고 반짝이는 공산품보다 그들이 보인다. 그들의 친절, 그들의 노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름답고 고유한 영혼이 느껴진다. 그래서 계산을 할 때도, 커피 한 잔을 건네받을 때도, 입어본 옷을 반납할 때도,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말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고, 위험한 일을 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 일들을 해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많은 편의를 누릴 수 있을까?


지하철 역의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 기사님들이 수리를 하고 계신 것이 감사하고, 엘리베이터가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점검하고 계신 기사님이 감사하다. 승객이 모두 타고 내렸는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확인하시는 지하철 전동차 기사님이 감사하다. 오늘 내가 사 먹은 라멘 한 그릇을 맛있게 만들어주신 분이 감사하고, 가 사는 곳 공동현관 자동문을 투명문처럼 닦아주신 분이 너무나 감사하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 당신 덕분에 나의 하루가 편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편리함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내가 사는 곳의 공동현관으로 들어서는데 자동문도 역시 너무나 깨끗하고 투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