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인이 강연을 했다. 최초, 최연소, 최장기간, 독보적인 이력을 가진 사람, 이른바 성공한 사람이었다. “저 사람이 저런 성과를 거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애씀이 있었을까? 대단하다, 멋지다”라는 생각으로 강연을 보기 시작했다. 피눈물 어린 과정과 이악문 노력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성과에 대한 경험담들이 이어졌다. 그는 말했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으며, 세상을 바꿀 순 없으니 내가 변해야 한다고. 그의 성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멋졌다. 그러나 뭔가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대체로 나는 자기 계발 강연이나 명사가 하는 강의를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자기 계발 서적도 읽지 않으며, 시크릿에서 말하는 우주의 법칙 같은 것도 믿지 않는다. 이런 강연이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능력주의 신화’다. 능력주의 신화가 말하는 본질은 ‘개인의 변화’에 있다. 사회나 개인이 처한 환경보다는 개인의 변화를 강조한다.
과연 개인이 변하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하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강연을 한 유명인은 말했다. “노력하면 자신처럼 최초, 최연소, 최장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그런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가 최초의 성과를 거두었으니 불공정이 사라졌을까?
한 세계 자료에 따르면, 남성 억만장자 252명이(2052명이 아니다) 아프리카와 남미 카리브해 지역의 여성 및 소녀 10억 명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1995년 이후 인구의 상위 1%가 하위 50%보다 약 20배 더 많은 부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20명의(200명이 아니다) 탄소배출량은 가장 가난한 10억 명보다 평균 8,000배 더 많으며, 불평등으로 4초에 1명씩 사망한다고 한다. 이는 세계 자료라 그렇다 치더라도, 그 강연자가 속한 우리 사회의 직업군에는 과연 불평등이 사라졌을까?
성공한 유명 강연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한 노력을 강조하고, 그 노하우를 전수하려 한다. 그러나 능력주의 신화는 개인의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게 만든다. "내 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했다"라고 믿게 만든다. 그런데 정말 모든 실패가 그런 이유 때문일까? 모든 실패가 단지 노력 부족에서만 비롯될까?
성공한 강연자들이 성공 이전의 삶에서 불평등과 부조리를 경험했다면, 성공 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그 불평등과 부조리가 존재함을 알리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불공정하니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는 실망스럽다.
라면 한 개 살 돈조차 없어 매를 맞았던 나는, 능력주의 신화, 즉 “노력하면 누구나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상실했다. 대신,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제 능력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세상에는 한 가지의 권리가 아니라 권리 밖에 있는 권리도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권리 밖에 있지 않았더라면, 이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 권리 안에서만 살아왔던 유명인이 말하는 공허한 능력주의 신화를 덥석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말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