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베니니
오늘은 조금은 오래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99년도에 개봉을 했고 이미 98년도에 해외의 여러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51회 칸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도 했죠.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명작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내면에서 삶을 함께 합니다. 그런 작품들이 제게는 아주 많습니다.(저를 키운 팔 할은 바로 그러한 작품들입니다)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수용소로 끌려간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남편이자 아버지인 주인공 귀도가 이야기를 주도합니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기차를 타게 된 귀도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조슈아 너 기차 안 타봤지?
안은 나무로 되어 있고 좌석이 없어서 모두 서서 가는 거야.
왜 좌석이 없어요?
기차에 좌석이? 너 기차 처음 타보는구나? 다들 서서 가는 거야.
긴 줄 좀 봐. 몇 장 안 남은 표 간신히 구한 거야.
조슈아, 우리는 게임을 하는 거야.
여기에서 점수를 많이 따면 상품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돼.
귀도는 비극적인 현실을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돌려줍니다. 덕분에 아이는 잘 숨고, 배고픔도 견디고, 말하고 싶은 것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또 방송실에 숨어들어가 같은 수용소 안에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아내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어젯밤엔 밤새 당신 꿈을 꿨다오.
엄마! 아빠가 수레에 날 태워주셨는데
운전을 잘 못해서 자꾸 여기저기 부딪혀요! 진짜 웃겨요!
아내를 찾으러 가다 들켜버린 귀도는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아이에게 웃어줍니다. 그리고 눈으로 말하는 듯합니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조슈아는 과연 1000점을 얻고 이 게임에서 이기게 될까요?
이 영화의 소재가 비극이라면 주제는 희망입니다. 비극으로 희망을 말하고 희극으로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조슈아의 아버지 귀도가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 관객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극을 보여줍니다.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아버지의 위대한 희생] 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더 깊숙한 의미는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귀도가 아이에게 말하는 것, 또 아내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것, 그의 모든 행동과 말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또 아내가 아이와 자신을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들의 기원은 모두 [사랑]인 것입니다. 무기를 지닌 군인, 한 나라의 왕도 하지 못한 사랑을 만들어 내는 일을 귀도는 해냅니다. 진정한 왕은 귀도입니다.
귀도는 결혼하기 전 아내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지금 얼마나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지 당신은 모를 걸요.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단 말
당신한텐 절대 못 해요.
귀도의 이 말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사랑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한 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귀도' 그 자체였던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입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그는, 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 의자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무대로 향했던 순수한 모습으로도 유명합니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의 철학이 있었기에, 우리 곁에 이토록 아름다운 명작이 남을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LC903LkokMA?si=yaLkeQw4fOGmWS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