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근성은 있어?
여러가지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의 중3 시절은 수험생으로서의 모습으로 나름 잘 지내온 것 같다.
몇 가지 일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 학교, 학원의 순서대로 지냈다.
중2 때의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솔직히 더 떨어질 성적도 없었다.
나는 그냥 공부하면 된다. 다행히 중3이 되면서 짝지(짝)는 같은 국민학교를 나왔고, 나보다 공부도 훨씬 잘하고 싸움도 잘 하는 친구가 되었다.
국민학교 때는 되게 친한 친구였는데, 중학교 가면서 같이 놀지 않으면서 멀어 졌었지만 다시 친해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친구는 우리 반 통이었다.
3월 말에 본 첫 모의고사 시험을 쳤을 때 반에서 21등이었다. 45명 중에 21등이면 내가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는 성적은 안 되었다. 최소 30%안에 들어야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중2 때 공부를 거의 안 했던 것에 비해서 그 공백이 생각보다 빨리 메워졌다.
엄마는 말했다. "니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책 한 권을 주면 하루 종일 책을 가지고 뒹굴면서 가지고 놀았다.어쩌고 저쩌고,,"라고,,,
평소 엄마가 하는 말은 뻥튀기가 심하고, 아들 사랑이 남다르다. 그리고 아들에 대해서 좋은 의미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번 한 번 엄마의 말을 믿기로 했고, "나는 머리가 좋아, 단지 열심히 안 했을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내가 노력만 한다면 언제든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중2 때 까지 밥 먹듯이 했던 지각도 한번도 하지 않았고, 학원을 빼 먹는 일도 없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고, 학원 가서 10시까지 수업 듣고, 12시까지 야자(야간 자율 학습)를 하고 12시 넘어서 집에 가면, 일 마치고 집에 오신 엄마가 항상 김밥을 사 오셨다.
솔직히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을 먹는 건 부실 했었는데, 자정이 넘어서 먹던 김밥은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워낙 성적이 안 좋은 상태로 중3이 되어서 그런 지 중3 내도록 등수가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월마다 치는 모의고사 성적은 등수가 매달 올랐다. 중3 시작 할 때 반에서 21등에서 마지막에 6등까지 올랐다. 반에서 15등수가 올랐던 거지만, 전체 12반이었으니 전교 등수가 180등 정도 올랐으니, 정말 많이 올랐다.
중2 때 신나게 놀았던 걸 중3 1년 동안 만회한다고, 수업 시간에 친구들에게 (공부 너무 많이 했냐고 비꼬는,,)야유를 받으며 코피도 흘렸고, 학교 책상은 불편해서 절대 못 잔다고 했었는데, 책상에서 누워서 혹은 엎드려서 많이 잤다.
고입 시험의 결과는 당연히,, 성공 했다.
사실 나는 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않고, 부지런하지도 않으며, 승부욕이 강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청소년 시기를 지나 내가 살아가는 일생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해 나가는 그런 근성을 가지는 연습하는 것이라는 것을 중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