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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 Sep 05. 2020

저는 평생 다이어트 강박증과 살아왔습니다.

인터뷰 <선택의 이유> 네 번째 인물_운동처방사 조현우



오늘은 익숙한  낯선 직업운동처방사 조현우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다현우 님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체력 증진' 위해 어떤 운동을 얼마큼어떻게 하는  좋은지 '처방'하는 일을 하고 있다일하는 모습을 직접  적은 없지만그가 얼마나 운동을 사랑하는지는 클라이밍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있다분명 넘나들  없을  같은 암벽 사이를 가뿐히 뛰어넘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잘게 쪼개진 근육들이 이것이 운동처방사의 표본이라  설명하는 듯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몸을 오래도록 혐오했다고 말할 때,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비루한 나의 몸을 보아라.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한 탓인가. 어찌 된 연유일까. 현우 님을 만나 자신의 몸을 혐오하는 동안 어떻게 지냈으며, 어째서 그런 그가 운동처방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단디 : 안녕하세요. 현우 님!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바로 운동 가시나요?


현우 :: 안녕하세요. 네. 근처에 클라이밍 센터가 새로 오픈했다고 해서 한번 가보려고요.


단디 : 주중에도 운동 관련된 일을 하시는데, 여가 시간도 운동으로 보내시네요. 어떤 일 하고 계신지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현우 : 제 직업은 한 마디로 건강운동관리사입니다. 보통 운동처방사라고 불리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국민 대상으로 무료로 체력측정, 운동처방을 제공하는 ‘국민체력 100’이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국가가 지정한 공인 인증기관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단디 : 아, 무료로요? 그런 사업이 있군요. 그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요?


현우 : 아마 전공자 분들은 다 아실 텐데, 이쪽 일을 하려면 건강운동관리사 같은 공인인증 자격증이 있으면 좋아요. 예전에는 석사 이상만 응시할 수 있었는데 자격조건이 2015년부터 체육분야 전문학사 졸업예정자도 응시 가능하도록 개편이 됐어요. 응시료는 3만 원이고요. 사단법인 중에서도 인정받는 자격증들이 있지만, 보통 응시료가 30만 원이고 연수료가 150만 원이에요. 아직 취업준비생이거나 학사 졸업예정자라면 국가공인자격증에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근에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거든요.

단디 :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공부하시는 모습 봤었어요. 최근까지도 책에서 찾은 잘못된 해설이나 표기에 대해 출판사로 정정 의뢰도 보내시던데... 자격증은 한참 전에 취득하셨는데, 책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가 있나요?

 

현우 : 원래 석사 이상 응시하는 자격증이다 보니 난이도가 꽤 있는 공부예요. 자랑처럼 들릴 것 같아 부끄럽지만, 제가 응시한 해인 2017년도에는 합격률이 6.8%였고, 그다음 해는 2.3%였거든요. 저는 강의가 듣고 싶어도 60만 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독학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믿을 게 전공 서적밖에 없었어요. 자격증 교재가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에서 매년 갱신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출판되다 보니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문장도 있고, 잘못된 내용도 종종 있어요. 응시자는 1~2문제 때문에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제가 어렵게 공부해봐서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정 의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디 : 와. 보통 정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가끔 내가 산 물건이 색깔이나 사이즈가 잘못 배송돼도 귀찮아서 그냥 쓰기도 하잖아요. 지금 구미에서 일하고 계신데, 주말에는 대학원 때문에 서울로 오시잖아요. 직장을 구미로 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우 : 원래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었어요. 서울은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돼 있어서, 다른 지역은 관심도 없었거든요. 근데 공부를 위해서 서울에 올라와 잠시 지낼 때, 주변 교수님과 선배님들 조언을 듣고 생각이 바뀌면서 현재 근무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단디 : 막상 구미에서 지내보시니 어떠세요? 모든 영역이 그렇지만 특히 문화예술, 체육은 수도권에 모든 게 집중되어 있는 분야잖아요.


현우 : 맞아요. 비수도권에서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많이 약해요.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죠. 막상 내려와서 일해보니 지역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의 혜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단디 : 현우 님 인생에서는 운동이 엄청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피드에도 항상 운동하는 모습만 올라오고 클라이밍 대회에서 수상도 하시고, 굉장히 열심히 트레이닝을 해서 선수를 꿈꾸는 줄 알았어요. 운동선수로 성공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요?

현우 : 과거의 저에게 운동은 그저 '살 빼기용'이었어요. 굶고 운동하는 것 밖에 몰랐어요. 대회를 나가도 컨디션 관리 같은 건 전혀 안 했어요. 운동을 하루 쉬면 그만큼 살이 찔 텐데, 전날이랑 몸무게가 100g만 차이나도 무서웠거든요. 대회 전날까지 무리하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대회 실적은 오히려 평소보다 안 좋았어요. 그만큼 선수로서 뭔가 이뤄야겠다는 꿈은 전혀 없었죠.


단디 : 100g 차이도 무서웠다니... 일종의 강박이네요. 체중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겠죠?


현우 : 중학교 2학년 때, 반배정이 된 첫날이었어요. 뒷자리에서 친구들이랑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께서 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어이 뚱땡이! 조용히 안 해?" 저도 제가 뚱뚱한 건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지목을 당하고, 반 친구들 모두 저를 보면서 웃으니까 되게 수치스럽더라고요. 그 날 집으로 가서 엄마에게 살 뺄 거라며 펑펑 울면서 말했던 게 기억나요. 당시에는 선생님을 원망할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요. 제 몸을 혐오하기 시작했고, '이 더러운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어요.

단디 : 그 날 이후로 많은 게 변했겠네요. 어떤 운동을 제일 먼저 시작했어요?


현우 : 매일 산에 올랐어요. 부모님께 학원 간다고 거짓말하고 나와서, 가방에는 등산복이랑 헤드 랜턴만 챙겨 넣고 산으로 갔죠. 처음에는 1시간 30분 걸리던 곳이, 나중에는 27분 걸리더라고요. 체중은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2번씩 쟀어요. 3개월 차에 7kg 정도 감량을 했는데, 그때도 선생님은 “한번 뚱땡이는 영원한 뚱땡이야"라는 말을 하셨죠. 결국 5개월 차에 18kg를 감량해서 65kg에서 47kg가 됐어요.


단디 : 체중 감량 후, 스스로에게 만족했나요?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기억나세요?


현우 :  제대로 먹지 않고 운동만 했기 때문에, 당연히 힘이 없었고 학교에서는 잠만 잤어요. 원래는 엄청 개구쟁이였는데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때 같이 웃은 친구들에 대한 서운함도 컸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선생님 때문에 애 인생 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하루는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서 사과를 하셨어요. ‘그냥 한 말인데 이렇게까지 상처 받을 줄 몰랐다.’고요. 근데 저는 이미 선생님이 준 충격을 넘어서서 제가 만든 강박관념 속에 깊숙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살을 빼게 해 줬다는 사실에 오히려 고마웠어요. 실제로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고요.


단디 : 극단적으로 칼로리를 제한했다면 체중 유지도 그만큼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한창 성장할 시기였는데 부모님도 걱정하셨을 것 같고요.

 

현우 :  맞아요. 요요 현상이 와야 정상인데, 저는 극단적인 식단을 3년 넘게 유지했어요. 부모님은 뭐라도 먹여보려고 엄청 애쓰셨죠. 한약도 지어오시고. 근데 그때는 손에 잡히는 살갗 조차도 더럽게 느껴졌고, 뚱뚱한 사람이 가까이 오면 전염된다는 기분이 들어 피해 다녔어요. 대신 제가 등산을 좋아하니까 아버지가 등산학교를 보내주셨어요. 거기서 보행법부터 암벽등반, 빙벽등반, 텐트 치는 법, 호펠버너 사용법, 응급구조 방법 등을 배우면서 산이랑 더 친해졌어요.

단디 : 다행이네요. '그러면 안된다'라고 막는 게 아니라 길을 알려주신 아버님이 옆에 계셔서요. 현우 님을 보듬어 주신 아버님의 마음속에, 참 많은 고민과 아드님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져요.


현우 : 쑥스럽네요. 돌아보니 감사한 분들이 참 많아요. 저는 하루살이었어요. 오늘 칼로리를 얼마나 먹었고, 얼마나 운동했고, 몇 시간 운동했고 밖에 관심이 없었어요. 아마 부모님을 비롯해서 운동하면서 만난 좋은 선후배가 없었다면, 몸이 망가지는지 모르고 잘못된 방법으로 몸을 혹사하면서 지냈을지도 몰라요.


단디 : 오랫동안 몸을 제대로 못 돌본 셈인데, 이제는 누구보다 건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되었네요. 꼭 현우 님이 아니더라도 '운동은 살 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 같아요. 체력보다 미적인 기준으로 몸을 평가하는 게 더 익숙하죠. 비만인에 대한 편견도 많고, 그만큼 몸에 대한 혐오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감정이고요. 일하시면서 예전의 현우 님처럼 자기 몸을 혐오하고 아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소통하는 편인가요?


현우 : 거식증,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는 정신의학과 쪽에서 정밀한 검사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 식이장애가 생긴 원인이 있을 거예요. 상담을 하는 동안 평소에 어떻게 드시고 계신지, 그렇게 먹는 이유가 뭔지를 자세히 묻는 편입니다. 저도 체중에 예민한 성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 간절함, 짜증남, 자괴감, 스트레스, 허무함이 뭔지 너무 잘 알아요. 단지 몸에 대한 공부를 오래 해왔고, 운동처방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어려움까지 공감해서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 된 거뿐이죠. 제가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결국 몸은 연결이 돼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고려해서 운동을 처방해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단디 : 일 하시면서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나 반응을 만나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현우 :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거나 그로 인해 부상을 입는 경우가 없도록 돕는 게 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결과적으로 살을 뺐지만 그 과정이 힘들기도 하고 몸도 많이 상해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단디 : 정말 뜬금없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그 사건이 없으면 어떤 사람이 됐을까요?


현우 : 그냥... 게임 좋아하는 여느 중학생처럼 지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지금보다 키가 더 컸겠죠. (웃음) 가끔 너무 외골수로 살았나 싶긴 해요. 이제 다른 취미를 만들려고 해도 흥미가 잘 안 붙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제가 트렌드를 너무 모르니 외계인 같다고 놀려요. 장난인 건 알지만 내가 너무 유난스럽나, 나 좀 이상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해요.


단디 : 유난히 사람마다 집중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유난스러움이 자기를 만들었다고 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그 마저도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거예요.


2020.6.6

카페 옹근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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