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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감사하는 것들

by 윤아진

문자를 통해

좋은 말들을 찾아 되새길 수 있는

머리를 주심에 감사한다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과

내 딸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심에 감사한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볼 줄 아는

혀를 주심에 감사한다


좋은 이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한다


신나는 노래, 조용한 노래

내 감정 실어 부를 수 있는

목소리를 주심에 감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게 요리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손을 주심에 감사한다


걷고 싶을 때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발과 다리를 주심에 감사한다


내가 가진 재능보다

더 뚜렷한 이미지를 담은

얼굴을 주심에 감사한다


길거리 옷 대충 걸쳐입어도

초라해보이지않다는

적당한 키를 주심에 감사한다


사람들을 친근하게 끄는 미소와

호탕한 웃음소리를 주심에 감사한다


가진 거 없이 대충 살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정신을 주심에 감사한다


인간의 삶에서

뭐가 옳은지 그른지

알게 해 주심에 감사한다


사람을 보는데에 있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위나 겉치레보다

그 사람의 인격을 먼저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 비록 빈손에 초라해도

작은 것 하나도 나눌 수 있는

인생의 보물인 벗들을 주심에 감사한다


계절따라 분위기따라

젖어들 수 있는

여린 감성을 주심에 감사한다


겸손한 삶을 위해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아는 삶을 위해

고통과 가난을 주심에 감사한다


내가 나에게 하는 감사라

부끄럽지만

내가 울면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음에 또 감사한다.


2006년에 쓴 글


* (2025년 4월 15일 07:13분 오늘)

그후로도 지금까지

비바람 먹구름의 여정들

비틀거리면서도 살아오게 해 주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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