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님께 남기는 글

문재인 대표님께

by 윤아진

문재인 대표님께

문재인 대표님께2015.04.30 21:34


희망없는 이 나라의 답답한 심정을 안고 손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당신께 글을 씁니다.

늘 '을'의 입장에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교육 교사입니다. 지천명이 가까운 삶을 살아오는 동안 정치에는 별 관심없이 살아왔습니다. 녹록치 않는 삶을 살아와서도, 사는 데 지쳐서만도 아닙니다. 옳고그름에 대한 흑백논리가 분명한 성격인데다, 타협할 줄 모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비방하는 정치세계, 그런 무의미한 논쟁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정치인들 자체를 그저 멀리하고픈 매력없는 집단으로만 치부했으니까요. 부끄럽지만 투표를 해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랬던 제가 당신께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될 줄은 저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네요. 제가 제 생애 두 번째 투표를 한 때는 바로 문재인, 당신께 표를 던지기 위해 딸의 손을 잡고 간 날입니다. 그때 고2였던, 투표권이 없던 딸은 공부보다 세상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딸이 당신을 따르고 싶어했지요. 투표가 어색했던 바보엄마는 딸을 데리고 갔었지요. 아마 딸이 이끌지 않았다면 저는 마음만 있었을 뿐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이 땅의 원수가 되지 못했을 때, 아이는 절망에 휩싸인 듯 했습니다.

" 엄마, 한번도 힘겨운 삶을 살아보지 않은 근혜공주가 어떻게 절반 이상이 약자인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어요....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너무나 막막해요"

울먹이며 말했던 딸입니다. 그땐 아이를 안아주며

"괜찮다, 역사는 그렇게 구정물 속에서도 그렇게 그렇게 흘러왔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말고 잘할거라 한번 믿어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건 그 사람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는 거니까.. 모든 건 역사가 평가할 거야."

바보엄마는 이렇게 막연한 위로밖에 줄 수 없었지요. 아니, 그때까지 박근혜라는 인물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리 나쁘게 평가하지도 않았기에 잘하기만을 바랐었지요.


그런데, 아이의 기우는 기우가 아니었네요. 지금 제가 절망에 떠는 건, 21세기 국가가 신라의 골품제도, 고려의 문벌귀족사회, 조선의 붕당, 세도정치로 퇴보했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군사정부로 돌아갔다고 하지요.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전 중세시대로 돌아갔다 말하고 싶군요. 그땐 그래도 백성 대부분이 문맹이었지만, 지금은 권력이 가리고 가리려해도 국민이 알게될 만큼 투명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더 절망스럽습니다. 알면서도 당하고 있는 세상이니까요. 정치에 무관심이었던 저까지 분노할 만큼 이 땅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격없는 이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이상, 이 땅은 희망없는 나라입니다. 그 자격이란 학벌이 아닙니다. 그 자격의 근본은 인품이어야 합니다. 난세영웅들이 활개치던 후한 말에 제갈량같은 인물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유비의 덕이죠. 한신, 장량, 소하같은 인물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인물을 알아보고 그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잘 쓰이게 했던 유방의 안목이었지요. 정조는 약했던 왕권으로 불안한 시대를 이끌었던 왕임에도 불구하고 채제공, 정약용 등은 물론 똑똑한 서얼출신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 등을 등용하여 백성들의 안정과 함께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왕이죠.


가끔 정치인들이 역사를 비유하며 말들을 늘어놓곤 합니다. 진정 역사를 그렇게 읽었던 이들이라면 바른 정치를 펴야죠. 역사는 지식으로만 읽는 게 아닙니다. 역사를 거울이라 일컫기도 하지요.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시간여행을 통해 수많은 인물들과 만나는 것입니다. 그 인물들과 대화하며 성찰하고 더 발전해나가기 위한 마음으로 되새김질하며 읽어야 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말로만 떠드는 건 공허한 외침일 뿐이죠.

왜 남 헐뜯기는 그리들 좋아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데는 인색들한지 한심할 뿐입니다. 같이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 땅의 역사는 대부분 어렵게 나온 큰 인물을 제거하지 못해 안달들인지, 변하지않는 나쁜 세태의 답습이 안타깝기만할 따름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정치판에서 버젓하게 활개를 치는 세상의 연속입니다.


하루 이틀 되지않은 묵은 적폐의 세상, 그냥 무시하며 살면 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당신께 글을 쓰고 있을까요? 얼마전 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정치얘기가 나왔었죠. 제가 속상해하며 이런저런 말을 하니까 샘 한분이 " 샘들은 아직 젊네요. 저는 내 사는 거 바쁘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기 때문에 무관심해요." 하더군요. 그때 전

"샘 저도 그랬어요. 지금도 비슷해요. 근데, 내 새끼들이 앞으로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걸 생각하니까 너무나 답답하고 걱정돼요. 앞에 나서진 못해도 그래도 댓글이라도 달아서 공감 비공감에 클릭이라도 해서 그들이, 여론이 이렇다는 걸 좀 알게 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우리 애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그거라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답했었지요.


하지만 어제 투표결과들을 보면서 저는 완전한 절망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야당을 옹호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지금의 정권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나라를 휘몰아가기에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냥 주민등록 조차 말소하고 산속에 들어가버릴까.' 이런 마음 들 만큼 절박한 심정입니다. 며칠전 만난 친구가 그러더군요. 대구 경북의 문제점들을요. '대구 시내 어느 식당에, 공공장소에 가도 TV조선ㆍ채널A밖에 틀어놓지 않아' 이 한마디에 답답한 국민성이 압축돼 있습니다. 과연 대구 경북만의 문제일까요? 물론 대구 경북인들이 좀 빨리 틀을 깨고 나오기를 바랍니다. 정치인들만 욕할 게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하지않고 갇힌 사고로만 일관하는 국민성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제4계급이라 칭하며 국민들의 소리를 대변해야 할 언론도, 형평성에 맞는 판단을 해야할 검찰도 부정부패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지요. 바른소리하는 언론인이나 판사는 정직, 면직당하는 세상입니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 몇몇을 경찰들이 에워싸고 진로를 방해하며, 추모집회를 권력으로 짓밟는 세상입니다. 21세기에 말입니다. 물론 꼬집고 싶은 건 있습니다. 혹시라도 야당 측에서 그 순수한 추모제를 이용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상생정치'라는 슬로건이 나왔었지요. '상생'의 기본은 화합이죠. 화합을 무시하는 이들은 '상생'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2011년, 부산소년의 집 관현악단이 카네기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큰 무대에 섰던 70여명의 아마추어 어린 단원들은 관객은 물론 모든 관계자들에게 전문가들 공연 못지않았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마에스트로 정명훈씨의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 개인 한 명씩을 보면 줄리어드음대에 갈 인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은 소리는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아름답다."

그들은 자기소리를 내세우기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른소리들에 귀기울이며 조화를 이루려 고심했기 때문에 세계의 무대에서 훌륭한 공연을 펼칠 수 있었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렇게 화합과 조화가 가장 중요하죠. 특히나 정치는 나라를 구축해나가는 가장 중심이기에 모든 정치인들은 '화합, 조화'의 조율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너무나 드물다는 게 이 땅의 슬픔이죠.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분야들, 어느 한 부분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는데, 이 세상은 한쪽으로만 치우친 세상으로, 그렇게 기울어져 돌아가다보니 늘 위태위태한 삶의 연속이죠. 가난하고 힘없는 삶을 살아가는 약자의 한 사람이지만 여태껏 한번도 돈을 쫓아서, 권력과 출세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의 제 삶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세상은 늘 한가지였습니다. 불쌍한 이들이, 억울한 이들이 없는 세상입니다. 길을 가다 불쌍한 이들을 보면, 그런 기사를 읽으면 몇 날을 우울에 빠지곤 했습니다. 더 나아져야 할 지금 세상은 억울한 이들이 어떻게 더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글을 쓰는 것으로 제 머릿속을 정리하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합니다. 읽어야할 책들을 제쳐두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고자 했지만 지금 제게 남은 건 혼란과 절망뿐이니까요. 하지만 제 간절한 바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시 온전한 책선생으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나마 약자를 뭉개지않고 보듬는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약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우리 딸들이, 맑은 제자들이 조카들이 살아 갈 세상은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은 눈물겹도록 간절합니다.

저도 당신을 잘 알지 못하지만 믿어보고 싶은 이 시대 마지막 정치인이기에 절박한 심정을 토해놓았습니다.

당신을 응원하는 마음들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은 물론이고 함께 하는 동지들도 잘 이끄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당신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5년 4월 30일 윤아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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