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리뷰

영화 <써니 시스터즈> 리뷰

중국판 써니, 충실하게 리메이크할 수밖에

by 당첨자

한·중·일 <써니>를 비교해 보자

작년 이맘때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써니: 강한 마음, 강한 사랑>를 VOD로 감상했다. 한국 써니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일본판 써니는 90년대 문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로 나미에, 갸루, 90년대 패션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적 퀄리티가 좋다기보다는, 과거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점에서 즐겁게 보았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도 일본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으니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본격 버블시대를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90년대 여고생 문화가 압도적이라 그런지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보였다. 아무로 나미에 - SWEET 19 BLUES 가 흘러나올 때는 내가 살지도 않은 시대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소름 돋았다.

그러니 중국 리메이크 버전도 궁금할 수밖에. 중국판 써니는 90년대 후반을 시대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경제 개방을 하고 홍콩이 반환된 시점이라 영화적으로 풀기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개방하기 전이라면 아무래도 사회주의 공산당 이야기밖에.. 할 게 없지 않았을까? 그럼 선전 영화가 됐겠지... 2020년대에 뒤늦게 리메이크해서 23년 전 이야기를 하는 게 최선이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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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한, 중, 일 <써니> 포스터


원작과 유사한 캐스팅

한중일 써니 모두 캐스팅은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한국 배우들과 최대한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기용한 것으로 보였다. 주인공은 대체로 선하고 순박한 이미지의 배우들이 각각 성인, 아역으로 열연했다. 아, 중국판 수지는 우리나라에서 아이오아이로 활동했던 주결경이 연기하였다. 그 외에도 아역들은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미 영화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기억하고 있던 그 캐릭터는 누가 연기할까? 어떤 배우일까? 하는 기대감에 리메이크 작품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해당 국가의 과거 문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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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한, 중, 일 주인공 캐스팅


<써니> 제목의 차이

한국판 제목은 보니엠-sunny 노래에 맞춰 군무를 추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이다. 그리고 라디오 DJ가 친구들 모임명을 '써니'로 지어주었기에 영화 제목도 써니가 되었다.

한편, 일본판은 오자와 켄지-強い気持ち・強い愛 (강한 마음, 강한 사랑)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리하여 영화에 부제로 노래 제목이... 길게 따라붙는다. 노래 선곡 이유는 다른 친구들 모두 아무로 나미에 노래에 맞춰 춤을 출 것 같아서 일부러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 시대에 일본은 아무로 나미에가 엄청 열풍이었구나... 싶은 대목이었다. 7인조 팀명은 써니로 동일하다.

중국판은 Morten Harket - Cant Take My Eyes Off You에 맞추어 춤을 춘다. 대신 영화 중간에 DJ가 팀명을 阳光姐妹(써니 시스터즈)로 지어주면서 장혜매-姐妹(sisters)를 틀어준다. 각각 써니 모두 시대상을 반영하여 노래를 선정하고, 제목도 조금씩 변형하였다.


1997년 중국은

1997년이면 세기말이라 특출 나게 다를 것 없을 것 같지만, 중국의 97년도는 한국의 80년대와 느낌이 비슷했다. 포스터를 미리 보지 않은 나는 영화 중반까지도 시대 배경이 80년도인 줄 알았다... 97년도라서 중간중간 미스 홍콩에 나갈 것이라는 대사가 나오거나, 홍콩 반환을 축하한다는 거대 벽보가 붙어 있거나, 반환 기념 축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사실 중국은 이 세상에서 1990년대와 2020년대까지 시대상이 가장 많이 변한 나라가 아닐까 하는데, 이를 크게 대비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영화에서는 왕홍 라이브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 친구, 산아 제한 정책이 완화된 직후 늦둥이 둘째를 가진 친구, 중국의 우버인 디디추싱 기사 일을 하는 오빠, 등으로만 간략하게 묘사되어 지나간다. 곳곳에 포인트가 더 숨어있겠지만 내가 현지인이 아니라 이 정도만 알아보았다. 아무튼 이런 점은 현지 관객에게만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라서, 참 수출하기 좋은 영화 소재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또한 한국판에서 표현된 시위 장면은 중국판에서는 당연히 잘려나갔다. 상미가 본드를 불거나 하는 것도 그 시대 한국만의 특징이므로 중국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중국판 상미는 물건을 훔쳐서 무리에서 쫓겨난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시위 장면이 사라진 것 외에는 원작을 아주 충실하게 따른다.


영화적 만듦새는

중국판 일본판을 모두 보았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연출은 없었다. 일본판은 90년대 일본 문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큰데, 그것 때문에 캐릭터나 서사가 묻히는 감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로 나미에 노래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전율하면서 보았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거나, 아무로 나미에를 좋아하거나, 90년대 일본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중국의 90년대 문화는 조금 아리송했다. 문화 개방을 갓 했기 때문에 외래문화는 어줍잖게 녹았고, 그렇다고 중국만의 특색이라고 강조할만한 것도 없었다. 교복이 체육복이라거나, 책상 위에 책을 한 무더기 쌓아놓고 있거나, 교정에 붉은색 표어 플래카드가 붙은 것 등은 현대 중국 학교에서도 묘사되는 것이라 90년대의 특징이 아니었다. 굳이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체육복, 현대:교복 으로 설정한 것 같지만... 중국의 체육복 교복이 사장된 문화도 아니라 썩 흥미로운 지점은 아니었다.

중국판은 일본판에 비해 문화 훑어보는 재미가 덜했다. 다만, 원작의 힘이 있으니 리메이크를 충실히 한 이상 아주 재미없을 수도 없었다. 리메이크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볼만은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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