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상호성 획득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 병원 집단상담 시간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 잭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장면.
잭의 독백 (병원 상담 시간 중)
잭 (조용히, 그러나 담담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제 딸이 떠났습니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자살 시도도 했어요. 처음엔 딸(케이티 )때문인 줄 알았죠.
그런데 사실... 전 20대부터 우울증이 있었고, 계속 약을 먹고 있었어요. 약이 효과를 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순간뿐이고,
금방 다시 삶을 놓아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빨리 저 자신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그냥 버텨요. 놓을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믿음과 사랑으로 꿋꿋하게 살아가요.
그게... 미치도록 미워요.
그런데 동시에 가슴 시리게 사랑스러워요.”
“너무 사랑해서, 아내를 놓고 싶지 않아요. 포기할 수 없어요.
이게 지금까지 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잭은 아내 릴리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릴리의 독백 (잭과의 전화 중)
릴리 (수화기를 들며, 내면의 독백처럼 강하게 말한다)
“당신 숨소리를 들을 시간조차 없어.
당신만 고통 속에 사는 것 같아. 케이티가 떠난 후,
당신은 그런 나쁜 시도를 했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난 그 시간들을, 그 무너짐을 버텼어. 내 기분이 어떤지 들여다볼 여유는 단 한순간도 없었고.
당신은 정말... 더럽게 이기적인 사람이야.”
“하지만 당신이 돌아오면 달라질 거야.
나는 울 거야. 실컷 울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난 제자리에 머물 생각 없어.
멋지게 살아갈 거야.
당신은 매일, 내게 사과하게 될 거야.
날 버리고 떠났던 그 시간들에 대해서.
평생... 사과할 거야.”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해. 그래야 공평하지.”
릴리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와 슬픔이 잭을 흔든다. 수화기 너머의 잭은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얼굴로 고요히 듣고 있다.
감정은 권리다.
말할 수 있는 자유만큼이나, 느낄 수 있는 권리도 민주주의의 토대다.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의 한 장면에서, 릴리와 잭은 서로의 고통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듣고, 말할 준비가 된 순간을 맞이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부부의 갈등을 넘어서, 감정의 평등성과 회복의 출발점을 선언한다.
릴리의 독백은 선언이고, 잭의 독백은 수용이다.
그녀는 침묵을 깨고 말한다. "당신만 고통 속에 사는 것 같아... 난 내 감정을 볼 여유조차 없었어."
그 말은 억눌린 감정의 구조에 균열을 낸다. 이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감정의 공간을 되찾으려는
저항이며, 감정을 말할 자격’을 당당히 선언하는
목소리다.
잭은 상담 시간에 스스로를 꺼내 놓는다. “너무 빨리 제 자신을 놓아버렸습니다... 아내는 그냥 버텨요.”
그 순간 그는 릴리의 감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데 동의한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감정 속에서 상호 책임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고통과 상대의 고통을 동등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 감정의 민주주의는 시작된다.
감정의 평등성을 요구하고 수용하는 정치적 순간이다. 그 말은 단지 부부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들어주는 모든 인간관계의 정의에 대한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