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이중성-감정 안에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방향성과 가치
감정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반응입니다.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두려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종종 조심스럽고 망설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정 표현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분노를 드러내면 공격적이고 미성숙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고, 슬픔이나 두려움을 표현하면 약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숨기게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좋은 아이는 화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라면,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과 도덕성 사이에는 긴장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심리학자 Lawrence Kohlberg는 도덕성 발달을 세 단계 여섯 수준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이 이론은 감정 억압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인습 수준’에서는 사회 규범과 타인의 기대에 따라 도덕 판단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회적 평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반면 ‘후인습 수준’에서는 보편적인 윤리 원칙에 따라 판단하며, 감정 표현도 도덕적 자기결정의 일부로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감정은 억눌러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적 성숙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이런 이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상담 사례에서, 아버지는 퇴근 후 가족에게 인사하는 것이 예의이며 가족 간 존중의 표현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가 나가거나 들어올 때 대충 인사하거나, 할머니가 오셨을 때도 문 앞까지 마중하지 않고 방에서 대충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행동에 화가 나고, 훈육을 통해 바로잡으려 했지만 사춘기 딸은 반발하며 “그게 뭐야”라는 식으로 말하고, “다시는 이러면 안 볼 거야”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의 문제는 대화의 초점이 흐려졌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는 인사를 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지만, 딸의 말투와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감정적으로 반응했고, 그 표현을 자신의 권리라고 믿었습니다. 엄마가 중재하려 해도 아버지는 “체면을 깎는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대화는 처음의 목적과 달리 감정의 흐름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딸은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딸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소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딸은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고, 가족끼리 함께 지내왔기 때문에 서로를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사하기’라는 행동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이건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 차이, 세대 차이, 상황 차이, 개인 차이 등 너무 많은 요소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바로 ‘마음’입니다.
우리는 백화점이나 호텔에 가면 집에서는 받지 못했던 친절한 인사와 환대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단순한 인사 한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 인사를 ‘직업이니까 저렇게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진심을 속단하거나 왜곡해서 판단하기도 합니다. “평소엔 저렇게 안 할 거야”라고 단정 지으며, 그 행위를 마음과는 별개로 바라보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인사라는 행위가 직업적 의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행위와 마음을 분리하지 못하면 그 인사를 단지 보상이나 도덕적 의무와 연결된 것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행위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마음을 느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도덕성은 단지 규범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행동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인사라는 작은 행위도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을 때, 우리는 존재를 인정받는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위 너머의 마음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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