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인이 식집사가 된 이유
친구들 대부분은 자신은 식물을 다 죽인다며 식물 키우는 걸 어렵게 생각한다. 가장 예쁘게 펼쳐진 날은 데려온 찰나의 1-2주이고, 남은 기간엔 파리하게 시들기만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만 되어 버렸다고 한다.
잎이 쳐지거나 갑자기 말라버리면 어떻게 좀 잘해보겠다고 물도 더 줘보고 괜히 노란 영양제 하나 사서 꽂아도 본다. 과한 관심은 때로 식물한테 독이 되는 것도 모른 채 식물을 서투르고 정성스럽게 보살폈던 마음은 사실 ‘우리 같이 잘 지내보자’는 따뜻한 마음이었을 거다.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집이란 공간에서 적으면 열다섯 많으면 스무 개 남짓의 식물을 키워보니 식집사의 재미를 하나 둘 배우게 되었다. 나 또한 운명의 식물을 만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와 살식 사건(?)이 있었지만, 몇 가지 규칙만 안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존할 수 있는 최고의 생명체는 식물이란 걸 온전히 느끼고 있다. 장시간 집을 비워 늦은 밤 돌아와도 집은 정신없이 나간 아침 모양 그대로이고, 세탁기에 가득 쌓인 빨래를 돌려야 하는 사람이 이 집 안에 오직 나뿐인 상황엔 특히나!
초록의 생명체는 무릎에 앉거나 ‘손 줘!’ 같은 귀여운 교감을 할 수는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같은 계절을 지내고, 종류에 따라 사람보다 더 오래오래 살 수도 있다. 화원에서 자란 어떤 식물들은 실내 온도와 습도에 적응하기까지 약간의 몸살을 겪을 때도 있지만,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춰진 순간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한다. 그저 물만 잘 주고 작은 관심을 줬을 뿐인데 여름엔 꽃이 맺히고 작디작은 새 잎도 돋아난다.
일부러 수고로운 삶도 의미가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에 식물을 데려와 물을 주고 분도 갈아준다. 일도 바쁘고 사는 것도 바쁜데 식물 하나 키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있을까 싶다가도 크든 가냘프든 뭐든 일단 잎을 내밀며 ‘나 여기서 자라고 있어’라고 말을 건네는 식물을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 작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면 눈을 마주하고 교감할 수 있는 털복숭이 친구들 외에도 적당한 관심을 줘도 되는 미지근한 온도의 생명체를 권해본다. 식물 생활이 널리 퍼지길 바라보며,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사실은 아직도 성장 중인 미완의 어른에게.
첫 번째 글을 펼치며, 짧은 소개를 곁들입니다.
나무색의 소품과 가구를 좋아하는 식집사이자 IT 마케터 당디입니다.
집을 가꾸며 이모저모 여러 생김새를 가진 식물들을 키우고 있어요.
집에서 사부작대며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작은 소품이나 가구를 만들고, 최근에는 뜨개질도 열심히 하고 있는 탓에 꽤 바쁩니다. 공간만 더 허락된다면 물고기나 수초도 키우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로 식물들이나 열심히 키우는 걸로 타협을 봅니다.
저의 손길이 닿은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람과 애정을 느끼는 편인데, 식물의 '성장'도 만들어내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엔 많은 식물을 식물별로 보냈지만 조금 더 숙련치가 쌓였는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공간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