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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May 27. 2023

엄마의 마음.

장애를 가진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장애인 학교를 방문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집을 방문하게 될 때면 나는 항상 마음이 무겁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보면  영화 "도가니"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촉각을 더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영화 "도가니"를 보지 못했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삶을 생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난 그런 내용들을 사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내 일인 것처럼 세게 다가오는 압박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보지 않아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내용들이 틀림없을 테니까.

사실 장애인 학교 아이들을 보러 갈 때면 나는 촉각을 더 세우고 간다. 힘이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괴롭히는 멍청한 어른들이 내 눈에 뜨이면 나는 바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증거를 남기고 바로 경찰서로 달려갈 테다. 나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도 아이 엄마이기에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항상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그런 내가 보는 장애인 학교 세상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배려해 주고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중증인 아이들도 학교에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이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 누군가를 존경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시는 보건 선생님,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교육청 선생님, 특수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 사실 나는 이런 선생님들을 보며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이렇게 장애인 인권을 생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들을 넘어왔을까 싶다. 장애가 있어 말도 잘 못하는 아이지만 곱게 곱게 예쁘게 키우려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는 아이들을 보며 참 다행이다 싶다.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부모들이 있어야 장애 아이들의 인권이 더 살아나는 것이다.


문득 장애를 가진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소중하게 키울 수 있을까. 현실을 마주할 만한 내적인 힘이 있을까.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잘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보며 비난만 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날은 욕창 소독을 받는 장애인 환자의 집을 방문했다.

집을 나서는 나를 쫓아 나오는 어머님이 눈시울을 붉히셨다.

"어디 상처부위는 좀 괜찮아요? 코로나가 사람을 참 버려놨어. 코로나로 집에 있다 보니 아들이 몸의 근육이 다 빠져 버려서 힘이 없어. 그래서 복지관도 안 가고 저리 집에서 있어"

눈시울을 붉히시는 어머니를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30년 전 사고로 인해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생긴 아들을 지켜보는 어미의 마음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오랜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셨을까. 장애로 인해 갈수록 뾰족해지는 아들을 노부부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을 하고 싶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아들을 채찍질하기엔 그냥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기만 한다.

어미의 마음.

그 어미의 마음이 너무나 느껴져서 한참을 공감하며 듣고 있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하겠어. 남들한테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해.."

요새 더더욱 속이 상하셨나 보다. 코로나 전에는 운동을 해서 어깨 근육 발달해 휠체어 타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놈의 코로나로 약해진 신체로 아들이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숨고 싶은 마음에 골방에 들어선 아들을 전혀 터치하지 않으시는데 어머니는 다 보고 계셨다. 방문 밖에서 걱정하며 몇 번이고 문을 두들길 어머니를 생각하니 슬픔이 몰려왔다.


방문 밖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는 엄마.

30년이란 시간 동안 문 밖 세상 속에서 살아가길 원하시는 엄마.

그 고된 날들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제는 그 아들도 흰머리가 무성하다. 방문 안과 밖에서 서로 함께  견뎌온 세월이 온전히 느껴지는데..

사실은 서로 너무 아끼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문 하나를 두고 고민만 하는 건 아닐까.


온전히 느끼는 건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다.

아프지만 아닌 척. 그렇게 몰래 엄마의 시간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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