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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Jul 14. 2024

퇴사를 결정하였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참 많이 즐거웠다. 집에서 전업주부로 사는 삶은 나의 마음 건강에 좋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던 터라 사회생활은 당연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선 자신이 없었다. 이유는 내가 가진 커리어가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들 열심히 공부도 하고 직장 안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을 때 나는 주부의 삶을 살았다. 아이가 있었고 남편이 있었다. 나는 항상 불안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랬던 내가 사직을 생각한다. 


직장을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상황을 생각해야 했고 가족들의 안위를 우선순위로 두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기회가 왔고 주저 없이 잡았다. 시작할 때는 해야 했기에 기꺼이 감당했고 내 걸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순간 일이 익숙해질 때쯤 나는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과 직장 생활에 대하여 얘기하게 되었다. 조각 경력이 전부인 나로서는 오래 일을 유지해 온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대통령이 내 앞에 선다 해도 나는 그보다 평생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이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을 30년 이상 반복한 사람들은 정말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 졌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누르는 힘과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힘을 견디는 사람들. 이 일 저 일 감당하며 느껴지는 무게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해지는 기대들... 

이런 모든 것을 견디기에 적합한 사람들이 결국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오래 일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실 별거 없는 듯이 얘기한다.

"그냥 일하는 거야~"

"5년 금방 가~"

이리도 단순해 보이는 말들이 나에겐 왜 이리 어려운 걸까..


나는 내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내 자리의 특수성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감정이 벌써 나를 압도해버린 지 오래다. 나는 부장님에게 얘기한다. 가만히 두면 조용히 있을 사람을 왜 자꾸 흔들어대냐고.

정말 오래도 고민했다. 마음을 비워보려 노력했지만 스트레스 조절이 쉽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시원하게 사직서는 던졌지만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 않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고 내 상황에 맞는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2년도 안된 직장 생활도 쉽지 않았는데..

몇십 년씩 근속 근무하는 대단히 독한 사람들은 정말 화성에서 온 사람들일까.

그 화성에서 온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갑옷을 두르고 나오나 보다..


나는 전업주부로 사는 사람들에게 항상 얘기한다. 집에 있지 말고 나의 일을 찾아서 가라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직장을 잡아도.. 결국엔 내게 손해 보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팍팍한 현실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나의 정신건강에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주장에 비해 참으로 어설픈 사회생활을 하고만 내가 왜 이리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말을 너무 함부로 내뱉어 버린 것 같아 반성하게 만든다. 

그냥 힘들어도 버티다 보면 내공을 쌓을 수 있을까?

반지의 제왕의 백색의 간달프처럼 하얗게 머리카락이 새어버리면 그땐 모든 걸 내려놓는 경지에 이르게 될 수 있을까? 그럼... 할머니인데?? 

도로 위 무법자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로질러 가시는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이 가진 내공이 애써봐야 소용없다는 포기함에서 나온 것일까..?


그 안의 내공을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나도 가질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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