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
안녕 엄마 나야
우리 어제 싸웠어 그래서 너무 속상해
나와 엄마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
나는 엄마가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서 힘들었어
엄마가 엄마 홀로일 때 행복한 거보다는 나와 가족들에게서 행복을 찾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파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이제 막 혼자 지내면서 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가족들과의 시간도 물론 좋지만 좀 피곤하거든
언젠가부터 집으로 가는 게 숙제처럼 느껴졌어
내가 자주 안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항상 오라고 재촉하고.. 그게 너무 힘들어
더 가기 싫어지게 되는 거 같아
갈 때마다 오랜만에 왔는데 가족들이랑 이야기해야지 하는 말들도 부담스러워
내가 가족들에게 정해진 역할이 있는 거 같아
그리고 조건적인 사랑이 느껴져서 싫었어
엄마는 나를 좋아할 땐 너무 좋아하고 뭐라고 할 땐 너무 뭐라 하니까 말이야
그게 싫어서 내가 대들면 엄마 혼자 스스로 우울에 잠겨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소리를 하고..
더 깊게 가면 너는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엄마랑 대화하는 게 점점 싫어지더라고
근데 난 또 죄책감이 느껴지는 거야
엄마가 엄마도 어린 나이에 날 얼마나 잘 키우려고 노력했는지 대충은 아니까 말이야
그런 걸 생각하면 다시 또 마음이 아프고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확 올라와
엄마는 유독 다른 엄마보다 힘들었던 환경이니까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
어릴 때 그게 참 내 마음을 조였어
엄마는 나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을 겪었을 테니 내가 엄마한테 잘해야 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었어
이제는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엄마한테 더 상처 주는 말까지 한 거 같아 바보같이
뭐가 정답일까
정답이 없어서 더 힘든 걸까
가족관계가 참 힘든 거 같아 다른 관계들은 안 보면 그만인데 가족은 그거조차 안되니까
엄마는 내가 옛날이야기를 하면 이제 벗어나오라고 하지
알아 엄마도 다른 가족들도 날 위해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또 다른 가족들도 나만큼 각자 아픔이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난 이제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어릴 때 너무 많이 해서 지쳤어.
엄마는 이 글을 본다면 또 넌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놓지 못한다고 하겠지
이러한 대화 사이클이 날 힘들게 만들어
난 딸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알아서 돈도 벌고 있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고, 자주는 못 드렸지만 용돈도 챙겨드리고
집에도 적어도 몇 주에 한 번은 가고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엄마 성에 찰까
엄마가 날 보고 싶은 게 철저히 엄마를 위한 거 같아
어릴 때 너무 엄마 말을 잘 들었나 봐
갑자기 달라진 내 모습이 너무 힘들대 난 알고 보면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야
오히려 난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들거든
어릴 땐 너무 불안하기만 했던 내가, 난 할 줄 아는 게 많이 없다고 생각한 내가,
사회에 나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나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해
가끔 엄마가 나를 엄마 옆에 두고 싶어 해서 하는 특유의 말? 행동들이 있는데 그것도 싫어
엄마가 요즘 갱년기라서 짜증이 많아진 것도 싫어
내가 엄마를 이렇게 싫어해도 되는 걸까
가끔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싫어
엄마가 좀 더 현명했으면. 엄마가 좀 더 어른스러웠으면.
생각하다가도 엄마가 이때까지 살아온 여정을 돌아보면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어
또 가끔씩 너무 소녀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소녀 같은 사람이 현실을 버티기 위해 얼마나 참고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아
적다 보니 내가 확실히 효녀는 아니네
엄마가 힘들었던 거 다 알면서도 찡찡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하면 나 또한 엄마가 어떻게 해야 성에 차는 걸까 싶어
음 나는 그냥 나를 좀 지켜만 봐줬으면 좋겠어
음 엄마 스스로가 행복한 게 자식한테 제일 큰 행복이야
그 행복을 자식과 남편이 주지 않더라도 말이야
엄마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 이런 말하면 엄마는 또 딸이 훈수 둔다고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난 엄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