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행복이란, 재지토드, 2022
다섯 가지 영역 모델의 개요
멜러 교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영양, 환경, 건강, 행동 등의 영역에 대해 생각할 때, 동물들의 생존에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잘 자라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구분해야 합니다." 멜로 교수는 부정적인 상태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목마름을 예로 들면, (우리도 그렇지만) 동물들도 목이 말라야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면 목마름이 가시고 더는 물을 찾지 않게 된다. 배고픔도 마찬가지로, 동물들은 배가 고파야만 무언가를 먹으려 할 것이다.
이렇듯 목마름이나 배고픔 같은 경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정적 경험은 최소화하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긍정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멜로 교수는 동물 복지에 있어서 영양, 환경, 건강, 행동, 정신건강에 대한 다섯 가지의 영역 모델을 제시했다. 이렇게 나 또한 다섯 가지 영역에 해당하는 우리 아이들의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잘 충족시키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나는 평소에 아이들의 영양을 잘 챙겨 주고 있었나? 특히 대형견 다견가정이 살만한 환경을 갖추어 주었나? 건강 상태는 잘 체크하고 있나? 행동에 대한 교정이나 관찰에 대한 것에 관심이 있었나? 아이들이 행복할까?
사실 나는 먹을 것 외에는 아이들한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양 관련하여
우리 첫째 딸 이피의 경우, 노견에 과체중이다. 그래서 사료량을 줄이고 동물성 단백질을 줄여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주려고 노력한다.둘째 금송이와 막내 보리는 입맛이 까다롭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섞어 주기보다는 사료를 조금씩 바꿔주며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간식을 너무 많이 주면 편식이 심해지기 때문에 간식의 양을 많이 줄이고 있다.
셋째 꼬미는 동물성 단백질 알레르기에 채소, 과일에 대부분 알레르기가 있다. 그래서 현재 먹이고 있는 사료인 배기도그 그래인프리가 잘 맞기 때문에 그 사료의 성분들을 보고 해당하는 것들만 뽑아서 모두 수제간식으로 만들어 준다. 가끔 동물성 단백질을 못 먹는 꼬미를 위해 고기식감의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로 시도 중에 있다. 현재 두부를 말려서 주는 것이 콩의 고유 기름이 풍부해서 아이에게 딱 좋은 간식인 거 같다.
환경에 관련하여
네 아이들을 항상 회사에 데리고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1층 마당에 인조잔디와 아주 큰 집을 커스텀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 집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하지만 아이들이 회사에 도착하면 이 잔디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항상 뿌듯함을 느낀다.
또한 집은 도시에서 테라스가 큰 곳은 찾기가 힘들었는데 투자를 목적으로 매매하는 것보단 도시 중에서 인적이 드물고 주거 단지가 아닌 테라스가 넓은 집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동거 중이다.실외 배변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최적화되어 있는 거 같다. 사무실과 보도로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비가 오거나, 출장이 잡히지 않으면 아이들과 대부분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건강에 관련하여
우선 가장 노견인 이피와 금송이는 정말인지 잔병 없이 잘 자라주었다. 현재는 이피가 노견인지라 관리하는 차원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정말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픈 곳이 없다.하지만 우리 래브라도 꼬미의 경우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에 귀 관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스누드도 해보고, 붕대도 갈아보고 별걸 다했지만 좋은 방법을 찾지를 못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 집에는 아이들을 위한 의료 응급조치를 하기 위한 재료들이 구비되어 있다.붕대, 연고, 소독약, 장염 약 등 극성맞은 아이들을 위한 구급상자와 비상 상비약들이 필요하고, 다른 반려가정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행동에 관련하여
무엇을 뜯고 있으면 뜯는 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짖거나 점프를 하거나 생떼 부리고 보채도 무관심으로 끝내거나, 함께 맞장구쳐준다.내가 잠시 자리만 비워도 사고 칠 것을 찾으러 다니는 우리 댕댕이들에게 다녀와서 큰소리를 내거나 혼내지 않는다.이미 내가 이를 알아챘을 때는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다고 장난감을 물고 와서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모든 게 내려앉는다.
다만, 행동에 있어서 대형견이기 때문에 사람이나 다른 반려견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이가 좀 힘들어하더라도 훈련사를 통해 꼭 교정을 받는 게 맞는다고 본다. 우리 꼬미의 경우에는 래브라도는 아주 발랄하고 활동량이 많다. 하지만 큰 덩치와 무서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무서워하는데, 사람이나 개를 보고 간혹 짖음이 있어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 강형욱의 보듬교육을 다니게 되었다. 이후 반려 선진문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나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단기간 내에 끝낸다기보다는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내면 상태 파악
부정적인 내면 상태도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동물들은 머무는 환경과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서 두려움, 불안, 우울, 지루함, 그리고 외로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책임은 주로 사람에게 있다. 예를 들면 동물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채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든지 해서 말이다.멜러 교수는 "우리는 동물의 긍정적 경험 여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교수는 더 나아가 개들이 갖고자 하는 행동 기회에 관해 말해 주었다.
"우리가 이 부분에 통제권을 쥐고 있습니다. 물론 개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모든 긍정적 경험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긍정적 경험을 많이 하게 될수록 개의 삶의 질은 더 나아지겠죠."
우리가 아이들 모습 하나씩 담기 위해 찍은 사진을 한 번씩 들여다보자. 정말 이 아이가 즐거운지, 불안한지, 지루한지 등의 심리를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파악이 된다.너무 귀엽고 이뻐서 찍었던 사진들이 보면 볼수록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맞다."
우리가 반려견의 행복에 대한 대부분의 통제권 쥐고 있다.
그래서 불행한 반려견과 행복한 반려견의 삶은 견주에 의해 비치는듯하다. 더욱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꾸 묶여사는 개, 경비견, 개 농장과 번식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나 통증과 같은 부정적 상태는 개가 긍정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통증을 느끼는 개는 재미있게 뛰어놀지 않을 것이다. 다른 개나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으려고 하고, 제대로 먹지도 않을 것이다.즉, 부정적 상태를 최소화하는 것은 개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멜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개들이 긍정적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개들이 어떤 활동에 몰두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강아지 별이 된 타다가 함께 첫 캠핑을 갔던 2020년
이날 타다가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먹질 않았다. 그때에 난 딱 직감했다. "이 아이는 지금 너무 아프구나..."
시골이라 동물 병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나가서 있는 동물 병원을 찾았지만 x-ray, 초음파 검사 결과 증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빨리 인천을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에 응급조치는 여기저기 물어보고, 병원에 전화도 해 본 결과 포카리를 먹이면 탈수현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재빨리 포카리를 먹였더니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다.
응급조치 후에 타다는 다음날 아침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빨리 인천으로 넘어가 정밀검사를 하니, 빈혈이 있었다. 처음엔 단순 빈혈로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적혈구 수치가 낮아져 생명에 지장이 올 정도로 심각하여 대형견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몇일이 지난 후에... 타다의 위에는 종양이 발견되었고... 악성의 결과가 나왔다. 간에도 초음파상 심상치가 않아 조직 검사를 해보니 이 또한 악성이었다.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고, 평소대로 나는 유치원도 보내고 항암치료 없이 즐겁게 지내기로 결심을 했다.
기력이 점점 없어지는 타다를 보는 게 너무 힘들고, 가슴이 찢어졌다. 하루도 안 울고 넘어간 적이 없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준비를 천천히 하면서 반려견 화장터도 알아 놓고, 수의복도 타다 사이즈에 맞추어 제작했다.
함께한 날도 잠시...
6개월 만에 타다는 쇼크로 강아지별이 되었고, 2주는 나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누워만 있었던 거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가슴이 먹먹해진다. 반려 견은 이유 없이 밥을 안 먹고, 안 뛰어노는 게 아니다.
방심하지 말자.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의 건강 상태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찾을 수 있는 거 같다.
타다야 엄마가 많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반려견이 행복해지도록 하려면, 영양 공급과 건강, 좋은 환경, 좋은 관계, 행동 표현 능력, 그리고 긍정적 정서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행복과 안정감은 단순히 정서적 안녕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원에서 지내는 오랑우탄 중 사육사가 보기에 '행복해' 보이는 오랑우탄들이 수명이 더 길었다고 한다.
그리고 갈색 흰 목꼬리감기원숭이와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사육사들이 동물들의 긍정적/부정적 복지를 평가한 내용과 동물들이 느끼는 '행복감' 평가의 결과가 관련 있음을 밝혀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반려견이 행복하면 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건강의 복잡한 균형 사이에서,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반려견에게 더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반려견 복지 향상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잘못된 개 훈련 방식, 인위적인 품종 개량, 반려견 방치, 미용 목적의 시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대치 상황을 만드는 개 훈련 방식은 개에게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주고 공격성을 유발한다. 인위적인 품종개량은 유전적 다양성은 줄이고 질병을 일으킨다.
사람들의 근무 방식과 주거 형태의 변화로 반려견들은 더 긴 시간 집에 홀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산책할 때 다른 개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다. 꼬리나 귀를 자르거나, 성대 수술을 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수술은 개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개들이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심지어 이런 신호들을 재밌게 여기기도 한다. 이는 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나는 사실 지금 곁에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들이 보았을 때는 다견가정이라 많은 걱정을 하지만, 그런 인식 때문에 더 의식하고 잘 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제일 미안한 것은 우리 허스키 남매 이피와 타다이다.
나의 학업, 진로 때문에 이 허스키 남매는 너무 불행했던 거 같다. 많이 못 놀아주고, 사실 산책도 많이 못 해 주었기 때문에 유치원을 보내며 아이들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또한 내 능력의 한계가 있었기에 사료나 간식도 좋은 것을 못 먹였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아이들과 한집에서 실내생활도 못했고, 껴안고 자거나 뒹구는 일은 어쩌다 애견 펜션을 갔을 때 외에는 없었다. 너무 해준 게 없다. 위 말했던 영양, 환경, 건강, 행동, 정신건강 모두 말이다. 그래서 행복한 오랑우탄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타다가 그래서 엄마 곁을 빨리 떠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글을 쓰는 내내 눈시울이 맺힌다. 이 책은 반려견의 행동심리학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까지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배운다.
이 모든 내용은 하단 출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반려견 행동심리학, 개의 행복을 위한 가장 과학적인 양육 가이드, 재지 토드 지음, 이윤정 옮김, 동글디자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