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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Nov 13. 2020

왜 화장품을 종이에 담았을까?

[당장만나] 톤28

플라스틱 병을 물로 헹구고 라벨을 떼어내며 분리 배출하는 건 재활용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정확히 집계된 통계가 없을뿐더러 EU 가입국 평균도 4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재활용이 문제 아니라 애초에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 용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과 환경에 유익한 건강한 아름다움

톤28

아침에 분명 기초화장을 잘하고 나왔는데 볼은 건조하고, 이마는 번들거린다. 저녁에 꼼꼼하게 케어해도 갑작스레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맑고 깨끗한 피부를 타고나지 않는 이상 피부 고민 한두 개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봐 해결되지 않던 피부 문제를 화장품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톤28은 피부가 필요로 하는 영양성분은 분석하고 균형 잡힌 성분으로 만든 신선한 맞춤 화장품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되찾으라고 제안하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피부에 유익하면서도 환경에 해를 덜 미치는 방향성을 추구한다. 좋은 성분을 지키기 위해 천연 성분과 천연 유래 성분을 고집하며, 용기보다 내용물에 더 깊은 가치를 담는다. 우리가 속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분리배출 가능한 종이 패키지를 개발했다.


환경을 위한 행동,
선택을 넘어 관성을 이겨내는 일

              -  박준수 톤28 대표 인터뷰 Q&A

Q 환경을 생각하는 키워드 중 톤28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생태계보호를 추구합니다. 연간 2억 마리의 동물이 플라스틱을 섭취해 죽어갑니다. 이 비극에 화장품 용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톤28은 ‘환경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화장품 성분은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환경에 무해한 용기를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이 필요한 순간도 있죠. 하지만 인간이 배출하는 쓰레기 양이 자연의 자정작용을 넘어선 상태예요.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강요로 받아들이면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렇게 되면 작은 운동에 머물고 말죠. ‘제로 플라스틱’ 사용자 1명과 ‘레스 플라스틱’ 사용자 1만 명의 플라스틱 감축량을 생각해보자고요. 어느 쪽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까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1만 명의 레스플라스틱 사용자를 늘리고자 합니다.


Q ‘행동하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나 영감을 받은 매개체가 있나요?

화장품 업계에 10년 넘게 있으면 ‘말’에 좌지우지되는 걸 목격했습니다. 같은 성분을 가지고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제품 판매량이 드라마틱하게 달랐어요. 2013년쯤에는 그린환경 마케팅을 한다고 화장품 회사들이 초록색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환경공단에 물어보니 플라스틱에 색을 입히면 재활용률이 0%라는 거예요. 충격적이었죠. 친환경으로 보이기 위한 활동이 환경에 나쁘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브랜드를 만들자. 그 덕분에 종이 패키지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요.


Q 제품을 개발할 때 우선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우선은 제조 비용은 성분 90%, 용기 10% 비율이 원칙입니다. 사용자는 성분을 사는 거지 용기를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화장품은 용기나 마케팅 비용이 훨씬 많이 들거든요. 성분에 비용 투자를 많이 하는 만큼 인증 기준보다 더 까다롭게 만든다. 친환경 관련 인증은 종류가 꽤 다양한데, 허점이 조금씩 있어요. 예를 들어 유기농 화장품 인증의 경우 유기농 성분 함량 20% 이상, 화학 성분 함량 5% 이내를 허용합니다. 비건 화장품 인증의 경우 동물실험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허점이에요. 그 허점을 이용하면 화학 성분은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하거든요. 실제 화학성분이 거의 100% 들어가는 비건 화장품도 있어요. 톤28은 허점을 이용하기보다 정공법으로 택했어요. 유기농 인증 기준으로 만들 때는 유기농 성분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이고 있고 화학 성분은 일절 넣지 않고요. 비건 기준으로 만들 때도 화학 성분을 전혀 넣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료까지 개발해서 직접 만듭니다.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OEM 방식을 택하는데요. OEM을 하면 원료를 한두 가지 바꿀 수 있을지 몰라도, 크게 바꿀 수 없습니다. ‘화장품은 그게 그거’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톤28은 첫 투자를 받고 가장 먼저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본직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요.  

톤28 제공

Q 화장품 용기를 종이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패키지를 개발했어요. 종이 용기를 물로 헹군 후 일반 폐지와 구분해서 분리배출하도록 안내했죠. 캡은 알루미늄, 캡을 열었을 때 보이는 스파우트는 PE여서 종이 용기와 분리 배출할 수 있습니다. 환경적 이익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속한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방식을 찾았던 거예요.

처음 출시했을 때는 비웃음 대상이었어요. ‘화장품을 잘 모르고 이상에 젖어 만들었다’ ‘대학생 실기 과제 같다’ ‘새마을 운동하느냐’라는 비난과 비아냥을 많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어려움도 많았어요. 용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안 한다’가 아니라 ‘못한다’고 했어요. 오기로 직접 만들었어요. 아마 화장품 개발보다 더 오래 걸렸을 거예요. 특허 등록을 빼앗겼다가 힘들게 되찾았고, 카피 제품이 나와서 고생하기도 했네요.


Q 기존 화장품 시장에서 친환경 용기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화장품 브랜드가 친환경 캠페인이나 활동을 하면, 공병 모으기 정도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돼요. 저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나 진지한 제로 플라스틱 활동가였거든요. 사업을 해보니 개인이 모르는 안전 기준과 힘든 인증 과정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수출을 하면 대부분의 종이 패키지는 내용물이 팽창해서 제품이 터져버려요. 저희 제품은 연구를 통해 그 부분을 잡았지만요.

그리고 화장품이나 식품 안전기준을 통과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도 진심으로 환경을 걱정하고 개선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열 발 가지 못한다고 책망하기보다 한 발 더 가보자고 응원한다면 기업들도 신나서 바뀔 것 같아요.


Q 개인 생활과 브랜드 운영 중에 환경을 위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요?

환경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 많이들 실패하죠. 불편하거든요. ‘편리함’이란 관성이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평생을 쏟아지는 제품 홍수 속에서 점점 더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며 살아왔어요. 조금 더 편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성이 몸에 베인 거예요. 환경을 지킨다는 것, 옳지만 불편한 길을 간다는 건 단순한 선택을 넘어 관성을 이겨야 합니다. 저희는 회사 내에 테이크아웃 컵 반입을 아예 금지하고 있어요. 텀블러를 필수로 사용해요. 그리고 회사 내부도 새 제품을 사기보다 중고 물품과 폐건축자재로만 꾸며요. 겉은 친환경이나 속은 아닌 회사로 만들기는 싫었어요.


Q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기존의 생활이나 사고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작품을 추천해주세요.

헨리 데이비드 소루우의 <월든>을 좋아합니다. 직접적으로 환경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인간도 자연의 하나이며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감성으로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좋아해요. 결혼식 때 나눠 끼운 다이아몬드가 어린 영혼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이상 다이아몬드를 끼울 수 없었어요. 우리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감춰진 그림자를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톤28 제공

Q 최근 #비건 #클린뷰티 #친환경 등을 표방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늘고 있는데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친환경 브랜드니까’ ‘착한 회사니까’ 산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격이 다른 성분으로 제품의 질을 높여, 그 어떤 고가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려요.

사무실보다 연구소를 먼저 지었고, 직접 연구하고 만들어요. 화장품 만드는 본질을 가꾸고 있고, 환경을 위해 가치를 지키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Q 사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톤28은 화장품 문화와 환경을 지키는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사람과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 활동할 예정입니다. 그것이 화장품이 아닐지라도. 사용자 여러분도 함께 행동하며 세상을 바꾸어 가면 좋겠습니다!


맘앤앙팡이 운영하는 당장프로젝트는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행동들을 알린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좋은 습관 형성을 돕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찾아 그것을 마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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