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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Nov 04. 2020

샤워타월도 플라스틱이었어

[당장챌린지] 친환경 샤워타월을 찾아서 

물고기 뱃속에 자잘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득 차있던 뉴스 장면을 잊지 못한다. 플라스틱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잡은 때가 그쯤인 것 같다. 합성섬유에서 만들어지는 미세플라스틱을 생각하니 욕실 한쪽에 걸린 샤워타월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하루 10분, 샤워하는 시간이라도 플라스틱 없이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일론 샤워타월을 욕실에서 쫓아냈다.

이것도 플라스틱이었어?

완전한 ‘플라스틱 프리’ 생활을 한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편리함과 익숙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니까. 올해 초부터 #당장챌리지에 도전하면서 매일 쓰면서 쓰레기를 만들게 되는 것들은 끊고,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있다면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에서 ‘이것도 플라스틱이었어?’ 라며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몽글몽글한 비누거품을 잔뜩 낸 다면 몸을 문지르는 샤워타월. 까슬까슬한 표면이 피부에 닿을 때 특히 손이 잘 닿지 않는 등짝 한복판을 긁어주는 개운함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런데 까슬까슬하고 개운한 느낌을 주던 그것이 바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합성섬유였다. 화장솜을 안 쓰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클렌저와 화장품을 하나둘 내보냈는데, 욕실에 나일론 샤워타월이 건재하다고 생각하니 불편해졌다. 그리고 나일론 샤워타월에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친환경 샤워타월 종류가 이렇게 다양할 줄이야 

그렇게 친환경 샤워타월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조건은 단순하다. 합성섬유가 아닌 천연섬유로 만들어진 것, 기존 제품과 사용감이 비슷하거나 더 좋을 것. 습기 많은 욕실에 쓰는 만큼 위생을 생각해 2~3개월마다 바꿔야 하기에 가격에 부담이 없을 것. 생산과정과 포장까지 친환경 적이라면 더욱 좋았다. 관심 갖고 보니 의외로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들이 많았다. 옥수수 전분이나 쌀겨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면이나 삼베 같은 전통적 천연섬유, 대나무 섬유나 한지 섬유 같은 친환경 신소재까지. 친환경 샤워타월 유목민이 되어 만난 제품들을 소개한다. 



한지섬유 샤워타월 : 배합률을 확인해주세요

기존 제품처럼 비누거품이 충분히 나고 까슬까슬한 사용감을 찾으니 아크릴, 나일론,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가 들어 있었다. ‘한지’라는 이름을 달고 광고하는 제품을 봤는데, 알고 보니 한지섬유 비율을 겨우 15~25%였다. 한지섬유 배합률 65%가 가장 높은 배합율이었다. 조금 도톰한 느낌인데, 거품이 풍성하게 나고 나일론 샤워타월보다 촉감이 부드럽다. 다만 35%의 합성섬유만큼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한지 샤워타월 2개 1만800원, 허그플러스 https://makers.kakao.com/items/100008810 



삼베 샤워타월 : 거품은 잘 나지 않아요 

성글게 짜인 삼베 수세미를 만났을 때 쾌재를 부른 적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수세미를 내보내고 천연 소재 수세미를 쓸 수 있으니까. 그때만 해도 삼베 샤워타월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손이 닿지 않는 등을 닦을 만큼 충분한 길이만 갖추면 삼베 소재 특유의 촉감이 있으니 샤워타월로 충분하지 않은가. 자연에서 온 순식물성 소재라 폐기 후 흙 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농사지을 때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앉아도 잘 자라고, 물도 많이 먹지 않으니 이보다 친환경적 소재가 또 있을까. 원사 사이에 구멍이 많은 구조라 수분 흡수력과 배출력이 좋다고 하니 쓰고 난 다음 물기만 잘 말리면 완벽하다. 다만 거품이 잘 나는 재질이 아니라서, 제품에 걸맞는 사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물에 적신 다음 비눗칠을 해서 몸을 닦고, 깨끗이 헹궈서 마사지하 듯 다시 한 번 몸을 문지른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노폐물 제거와 함께 건강한 피부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천연삼베샤워타월 1만4400원, 예고은삼베  https://morestore.co.kr



자작나무 극세사 타월 : 너무 세게 밀지 마세요 

정준산업 요술 때밀이 장갑과 등밀이는 나일론 샤워타월 퇴출을 생각함과 동시에 떠올랐다. 때밀이계의 명품, 일명 ‘때르메스’라 불리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비누에 녹은 각질이 장갑에 흡수되어 눈에 바로 보이지 앉지만 물에 흔들어 때를 때면 ‘때푸치노’가 동동 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여러 번 접했다. 믿을만한 사람들의 추천은 일종의 믿음과 호기심을 안겼다.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섬유 소재다. 머리카락의 1/30 굵기로 가는 극세사를 150번 꼬아 만든 실로 짠다. 물에 적시고 비누를 묻혀 슬슬 밀면 거칠었던 피붓결이 금세 보들보들해진다. 때가 밀리지 않는다고 너무 세게 밀면 피부만 자극되지 주의할 것. 물에 젖으면 더 쫀쫀해져서 장갑을 끼우기가 불편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요술 때밀이 손모아형, 손가락형 1켤레 각 6500원, 등타월 1만2000원, 정준산업 https://www.dangolgongjang.com



인견+거즈 양면 필링패드 : 신경 써서 말려주세요 

우연한 기회에 까슬까슬한 인견과 부들부들한 거즈 면으로 된 양면 필링패드를 만났다. 집에 데려다 놓고 차마 쓰지 못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세제를 쓰지 않고 세안할 수 있는 타월을 만든 창작자의 마음에 한 번, 얼굴을 살살 닦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한 번 더 마음을 빼앗겼다. 미지근한 물로 세안을 한 다음 따뜻한 물에 적셔진 촘촘하고 부드러운 거즈 결로 얼굴을 살살 닦아내면 세안제가 필요 없다. 메이크업을 했어도 말이다. 거즈 반대 면은 펄프로 만든 천연 섬유 인견인데, 물을 묻히면 빳빳해져서 아프지 않게 때도 밀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손에 끼워서 쓰는 형태라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은 그 개운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 두 겹으로 된 패드의 물기가 잘 마르도록 스탠 집게로 걸어두는 등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 

양면 필링패드 1만4천원, HEEWON https://www.instagram.com/heewone21/ 


당장챌린지는 환경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간다. #당장챌린지를 거듭할수록 과연 플라스틱 없는 삶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편리함을 위한 소비는 줄일 수 있다는 확신도 갖는다. 지금 당장의 편리함이 내일의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내일의 편안함을 위해 오늘의 익숙함을 기꺼이 내려놓을 생각이다. 


당장챌린지는 환경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간다. #당장챌린지를 거듭할수록 과연 플라스틱 없는 삶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편리함을 위한 소비는 줄일 수 있다는 확신도 갖는다. 지금 당장의 편리함이 내일의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내일의 편안함을 위해 오늘의 익숙함을 기꺼이 내려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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