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군산까지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 나는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간절히 원했던 회사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다른 회사에 다시 도전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 회사가 내가 원했던 유일한 곳이었기에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제약회사를 지망하는 약대생이라면 대부분 약국을 진로의 ‘마지막 선택지’로 여긴다. 약국은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회사는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이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냥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주변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때 한 선배가 내게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다.
“처방약은 어디서든 배울 수 있어.
하지만 일반약 상담은 정말 잘 가르쳐주는 약국에서 시작해야 해.”
그 형이 덧붙였다. 마침 군산에 일반약 상담에 능하신 약사님이 계신데, 그 약국에 근무약사 자리가 비어 있다고. 나는 더 망설이지 않고, 곧장 군산행 기차에 올랐다.
군산에서는 짧지만 밀도 높은 1년을 보냈다.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약사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국을 정리하시게 되면서 나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스승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첫 단추를 잘 꿴 덕분일까. 주변의 훌륭한 선생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의 첫 스승이셨던 그 약사님은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계신다. 이제는 약국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건강 정보를 전하고 있다. 꾸준히 영상을 만들고 정성을 들이시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6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자리 잡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