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운전자와 20대 운전자의 주차장 싸움
70대 치고는 짱짱하게 생긴 남자는 '증인'을 찾고 있었다.
아니,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그 사람이 꼭 증인이 되어 준다고 했어요.
내가 다 봤으니, 다툼이 생기거든 꼭 연락 달라고 했어요.
그 사람을 증인으로 꼭 불러주세요."
사건은 단순한 듯했다.
서울의 어느 주차장.
지하를 꼬불꼬불 내려가는, 운전하기 복잡한 지하 주차장에 외제 승용차 두 대가 나란히 붙어 갔다. 뒤따라 가는 차가 점점 더 따라붙다가는, '빵! 빵!' 크럭션을 울려댄 모양이다. 한층을 더 내려가서는 앞서 가는 차의 속도가 더 느려졌다. 뒤따른 차에서는 있는 힘껏 크럭션을 누르고 있었다.
한층을 더 내려가, 드디어는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앞차는 길을 멈췄다. 뒤차가 멈춰 선 앞차를 빠르게 앞서가는 찰나, 문이 열렸다. 운전자가 내려 뒤따라 오는 차를 향해, 손가락 질을 하는 사이, 앞차는 열려 있는 운전석 문을 부딪히며 앞질러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두 운전자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퍼붓는다.
20대 운전자는 어디선가 소화기를 들고 왔고, 두 명의 운전자가 CCTV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 CCTV에는 두 명이 더 등장한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관리인이었다. 그리고 두 대의 차량을 뒤따르며 서로의 신경전을 모두 지켜본 한 사람.
피고인이 찾고 있는 증인은 CCTV 속의 그 두 사람이었다.
사건은 1심에서 쌍방 폭행으로 70대의 운전자에게는 벌금 1백만 원이, 20대의 운전자에게는 벌금 2백만 원이 선고되었다. 20대의 운전자는 사과인지 조롱인지 알지 못할 '반성문' 한 장을 남겨 놓고 벌금 2백만 원의 선고를 받아들였다. 70대의 운전자는 자신은 20대 운전자를 때린 적이 없으며, 맞은 것뿐이어서 죄가 없다며 항소한 것이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한 가지였다. CCTV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70대 운전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20대 운전자를 향하여 폭행을 가했는가. 70대 운전자가 20대 초반의 운전자에게 맞았는데, 서로 때린 것이라며 책임을 묻는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무척 억울할 일이었다.
재판부는 첫 번째 기일에서 70대 운전자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재판을 한번 더 속행하겠습니다. 우리 재판부에서도 증인을 소환하겠습니다. 검찰에서도 CCTV에 나오는 증인들에 대하여 연락을 한번 취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실체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노력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형사재판은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건의 실체를 위한 증언을 해 줄 사람이라면, 법원은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고 그 사람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다면, 법원은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은 증인소환장을 보내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보내는 증인소환장에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음'이 기재되어 있다.
증인소환장을 보냈음에도,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으로 보냈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전화가 한통 왔다. 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계속된 재판에서 재판장은 재판을 마치기 위해, 국선변호인과 피고인에게 최후변론을 하도록 했다.
여전히 70대 운전자는 억울해했다. 본인은 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직 피해자라고 했다.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1심의 벌금이 과하니 감형해 달라'는 평범한 변론조차 꺼내지 못했다. 단지 "선처해주십시오."라고만 짧게 끝냈다.
형사재판에서 바라본 피고인 중에는 현실을 모른척하거나 부정하면 된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진실, 그 행위, 그 장면이 재판에서 다 밝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 밝혀질 수 없는 부분은 목소리 큰 사람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존재했던 사실을 향한 싸움이 계속된다. 분명 하나의 행위, 하나의 사실이 존재했을 텐데도 마치 2개의 행위가 각각 발생한 것처럼 말한다.
굳이 재판뿐일까. 현실을 부정하면, 현실은 원하는 대로 구부러진다고 믿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그들의 목소리가 이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실은 과연 구부러지는 것일까. 나는 구부러뜨리려는 사람의 시선과 손가락과 그의 삶이 구부러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드러나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1심의 재판대로라면, 70대 운전자는 20대 운전자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
20대 초반의 운전자는 폭행, 사기 등의 전과가 이미 ㅇ번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70대 운전자는 폭행, 상해 등으로, 흔히 말하는 '전과 ㅇㅇ범'이었다.
70대 운전자는 양형을 감형받지 못했고, 재판은 이렇게 끝났다.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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