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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챗쏭 Jan 01. 2021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잘 가, 2020년!, 2020년을 보내며

아무렇지 않게 루틴을 이어가고 싶었다. 진정한 고수는 마무리를 흐트러버리지 않는 사람이니까.('고수'는 아닙니다만^^)


아침기온이 영하 몇 도라는 기상캐스터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냥 똑같은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한 해를 잘 마무리할까 생각하다가 그저 똑같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기로 했다. 


이른 아침 딱 5km만 뛰었고, 집에 와서 근력운동을 하고, 씻고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준비를 마친 후에, 회사 근처 스벅에 가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커피를 마시던 코로나 이전의 나의 루틴을, 거실에 앉아 이어갔다. 오늘 하루는 조금 여유롭기를 바라면서.


일 년을 두고 쓰던 일기장도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일기의 마지막 장을 쓰고 나는 다시 맨 앞장을 넘겨, 올 해 1월 1일에 썼던 일기를 펼쳤다. 뭐라고 썼을까.


2020년의 첫날,


나는 새로 시작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썼다. 새해의 첫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하루의 첫발을 떼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멈춰 있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020년의 마지막 장에 쓴 나의 일기는 이랬다.


내일 뜨는 해를 사람들은 '새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어제와 같은 해를 두고도 '새해'라고 하는 것은 새로움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매일 뜨는 해를 기회삼아, 어제와 구분 짓고, 새로운 한 해라 선을 그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갖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게 썼다.




2020년의 마지막 아침 해는 조금 늦게 떴다. 높은 층의 우리 집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장관이었다. 아직 서편의 달이 채 빛을 감추지도 않았는데, 동쪽 하늘은 달아 올랐다. 나는 일기를 쓰던 중이었다. 쓰던 것을 멈추고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렀다.


'어서 와 봐, 올 해 마지막 해가 뜨고 있어'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 힘든 한 해를 잘 버티게 해 준 가족의 고마움, 큰 일 없이 무사하게 살아가게 해 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고마움, 나는 무언가에게 그렇게 감사했다. 올 한 해 잘 보냈구나, 참 다행이다, 하면서.


내일 뜨는 해도 똑같은 모습, 똑같은 자리에서 뜬다. 내일 시작하는 나의 하루도 똑같이 시작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마음, 새로운 용기를 가진 채로, 다시 정성스레 시작하는 똑같은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부산스럽거나 번잡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게 똑같은 모습으로.


나는 올 한 해,


48권의 책을 읽었고,

블로그에 211편의 글, 18편의 서평, 감상문을 썼고,

1,448km, 174번의 달리기를 했다.


새로운 한 해,

나는 다시 나이만큼(아니, 나이보다 많이) 읽을 것이고,

매일 글을 써 나갈 것이고,

매일 같이 달릴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캐를 터킹턴은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고 했다.


좋은 추억과 도움이 될 경험으로 기억될 2020년이여~ 안녕!



덧, 


2020년 읽은 책


[1]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2] 천국이 내려오다, 김동영

[3] 아무튼 떡볶이, 요조

[4] 모비딕, 허먼 멜빌

[5]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우치다 다쓰루

[6] 매일 갑니다 편의점, 봉달호

[7] 아무튼 술, 김혼비

[8] 나, 참 쓸모있는 인간, 김연숙

[9]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이준명

[10]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안정희

[11] 코스모스, 칼 세이건

[12] 헤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하미코

[13]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자크 루소

[14]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5]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16]  페스트, 알베르 까뮈

[17] 총균쇠, 제래드 다이아몬드

[18] 아무튼 메모, 정혜윤

[19]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20]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21]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22] 죽음이란 무엇인가, 셀리 케이건

[23] 심호흡의 필요, 오사다 히로시

[24] 기록의 쓸모, 이승희

[25]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26] 마인드풀 러닝, 김성우

[27]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28] 일곱해의 마지막, 김연수

[29] 흑산, 김후

[30]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31] 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32]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33] 소설가의 일, 김연수

[34]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35] 1Q84, 무라카미 하루키

[36]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김민철

[37] 우아한 가난의 시대, 김지선

[38]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39] 치유의 말, 박주경

[40] 복자에게, 김금희

[41] 성, 프란츠 카프카

[42]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한수희

[43] 팩트풀니스, 한스로슬링

[44]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45] 시와 산책, 한정원

[46]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47]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48]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마쓰우라 야타로                   




표지 : 게티이미지, DILOK KLAISATAPOR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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