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죽이는 상상을 했어.

불안 강박에 대한 낡은 기억

by 당신도 심리학자

어렸을 때 나는 분노에 찬 어린이였다. 근데 그 분노를 차마 겉으로 드러낼 순 없었고, 속으로 분노했다.


또한 나는 아주 까다로운 아이였는데, 낯도 엄청나게 가리고, 고집도 무진장 세고, 감정적으로도 매우 민감해서 누구라도 다루기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나는 원하는 만큼 내게 다정하지 않은 엄마에게 늘 화가 난 상태였던 것 같다.


좀 더 커서 알게 된 사실로, 그때 우리 집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엄마도 매우 날카로운 상태였고.


어느 날 나는 엄마를 죽이는 상상을 했다. 진짜 죽이는 상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 당시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방법으로 공격하는 상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직후 나는 스스로 악마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몹시 두려워했던 기억이다.


몇 날 며칠을 끙끙 앓다가,

딴엔 대단한 용기를 내서 말했다.


엄마 자꾸 내 머릿속에서
엄마를 죽이는 상상을 해.
나 진짜 나쁜 어린이지?


그러자 엄마가 의외의 답변을 꺼내놓았다.

그럴 수도 있지.
엄마에게 화가 났나 보네.
근데,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이 아니야.


그렇다. 상상세계와 현실세계는 같지 않다. 그저 내 마음이 상상으로, 느낌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봐달라고' 그러나 아직 내 마음 언어를 알지 못했던 나는 그 신호를 잘못 번역했던 것이다.


의외로 털털했던 그날 엄마의 답변을 들은 이후로도 나는 자주 화가 났지만, 마음이 훨씬 홀가분해졌다.


엄마의 반응이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날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1. 엄마에게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래도 된다.)

2. 화가 나서 했던 상상은 현실이 아니다.

3. 나쁜 상상을 했다는 것 만으로 내가 나쁜 사람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릴 때 일이었는데, 그날의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크게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날의 나에게.


아무튼, 상상은 현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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