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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린 Sep 19. 2021

되돌릴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초 3때, 너는 축구 다녀와서 영어 공부하기 전까지 쉬는 시간에 카트라이더를 오랜만에 들어갔지. 엄마 핸드폰으로 신나게 오락을 하고 있는데, 외할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게임의 흐름이 순식간에 끊기고 말았다. 하필이면, 카트라이더에서 진짜 인기있고 돈을 12만원어치 준다고 해도 나올까 말까 한 대단한 자동차 모델을 얻으려는 순간, 할머니 전화로 흐름이 끊기고 차도 얻질 못한 것이다.  


전화 받으라며 핸드폰을 건네는데, 아들이 울먹울먹 한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이런 일이었다. 세상 좋은 차를 완전 운 좋게 얻으려는 찰나였는데,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기에 눈물이 글썽글썽 했던 것이다. 외할머니와 전화를 끊자, 옆에서 계속 충혈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서있던 너는 말했지. “그 차를 보고 기분이 아주 좋았었는데, 이제는 기분이 완전 나쁘다.” 그리곤 엄마에게 봐달라는 것처럼, 계속 운다. 


“이게 정말 좋은 차고, 나는 게임에 돈을 쓸 수도 없는 처지인데, 이게 나왔는데… 하필이면 외할머니가 전화를 해서 너무 기분이 나빠”  

그러다 툭 내뱉는다. “외할머니의 눈치는 바퀴벌레 만도 못해.” 

“왜?” 

“문자를 먼저 보내서, 통화가 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전화를 해야지. 문자에 답이 없으면, 전화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할머니도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한 건데?” 

“그래도 너무나 화가나. 왜 하필 그때 전화를 해서.” 

분을 못 이기고 방에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내 방으로 슥슥 걸어와서 또 이런다. 

“(울먹울먹하며) 이걸 엄마가 당했다고 생각해봐. 엄마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엄마 친구가 포르쉐를 사줬어. (여기선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근데 누군가 야구를 하다가 새 차의 유리창을 깬 거야. 그럼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래. 속상하지. 그런데, 깨진 것을 되돌릴 수 있을까? 계속 불평하고 운다고 깨진 유리들이 붙을까? 이미 깨진 것을 어쩔 수가 없잖아. 마음은 아프지만, 새로운 유리를 갈아 끼워야지.”


되돌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아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은 단 한 곳이다. 


되돌릴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 그 외의 영역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길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슬프다면, 충분히 슬퍼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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