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린 Sep 19. 2021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자기 직전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초 4 여름방학을 마친 어느 초가을 밤이었다. 

“너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직업을 말하는거야?” 

“자유롭게 생각해봐. 직업이든, 뭐가 되었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떤게 평범한 건데?”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가고 회사 끝나면 집에 와서 밥 먹고 씻고 자고, 또 일어나서 회사 가고” 

“그게 평범한거야? 어려운건데. 그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고 하면 평범하지 않잖아”

“그럼 다른 데 알아보면 돼지” 

“다른 데 가도 어느 순간은 또 그만 나오라고 할텐데” 

“그럼 그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돼지”

여기까지 듣고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진 엄마는 바로 꿈나라로 향했다. 


다음 날, 엄마는 우리가 제주도에서 패들보트를 탔던 날이 생각났다. 열심히 노를 저어서 해안가에서 50m가량 나가서 바다 바람과 뜨겁지만 좋았던 여름 햇살과 맑고 푸른 제주 바다를 만끽하며 노젓기를 쉬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 해안가로 밀려나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또 힘들게 노를 저어서 나아가야 하잖아. 

이번에 나간 뒤에는 의식적으로 노를 젓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 느껴봤다. 해류에 의해서 다시 역시나 해안가로 밀려나 있었다.


당연한 이치였지만, 뻔한 세 가지를 다시 깨쳤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노를 끊임없이 계속 저어야 한다. 


해류처럼, 내 주위 환경과 타인들의 다이내믹은 끊임없이 돌아간다. 내가 약간 노력했다고 해서 그것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노 젓기를 중단하면,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있을 뿐이다. 평범한 삶도 결코 쉽지 않다. 노젓기를 쉼없이 해야만 평범한 삶을 겨우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네가 쉬워 보여서 평온해 보여서 그 삶을 목표로 삼았다면, 너의 계산은 틀렸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다. 


나가고 싶은 방향에 따라 노를 저어야 한다.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의 물살을 거슬러야 하고, 직선으로 가고 싶다면 오른쪽 왼쪽 분주하게 리듬감 있게 노를 저어야 S자를 그리며 직선방향으로 간다. 모터보트처럼 직선으로 갈 수는 없다. 갈지자처럼 보일지라도 맞는 방향의 노력을 하면, 의도한 방향으로 간다. 그러려면, 노젓는 방법을 정확히 배워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가다가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도착해있거나,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힘 빠지게 다시 출발점에 서있을 것이다. 


내가 의도한 방향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칭송받는 일을 하지 않거나,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으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을 멸시하거나, 돌려 까기를 하거나, 투명 인간 취급을 하거나, 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 일을 한다는 20대 청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청소일을 한다고 하면, 듣는 사람이 말로 하진 않아도 눈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그 청년은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정해진 일과를 마치면 되는 그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중,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하면, 실제로 옳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너의 삶에서 옳고 그름은 너가 정하는 것이다.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면, 힘들다. 왜냐하면, 네가 정한 옳고 그름에 대한 책임 역시 네가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되돌릴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