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 vs. 개성있는 것 vs. 친근한 것

늙지 않고 사생활 없으며 & 심지어 전략적인.

by 해린

우리 회사는 패션회사다. 개성있고 아름다우며 비율 좋은 모델들과 시즌마다 룩북을 찍어내고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우리의 스타일들을 소화해낸다. 다음 시즌을 알리는 패션쇼는 우리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기회이며, 고로 트렌드를 앞서가는 옷을 만들고 그 옷들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모델들과 일을 하는 것은 아드레날린 넘치는 일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은 끊임없는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다. 아름답기 위해서 우리는 자주 우리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그래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미치는 중력과 시간의 힘은 강력하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것은 유지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중요하다. 늘 사람들 사이에서 해법을 찾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AI)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원한다면) 영원히 나이들지 않고, 스캔들에서 자유로우며, 디지털 상에서 흠결이 없는, 그런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이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된 우리 회사는 적극 추진했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서, 아름답고, 유명 셀럽을 닮지 않은 우리 만의 독특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심혈을 기울인 그녀가 시장에 잘 자리를 잡을지, 성공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예쁜 것들의 리그? 예쁘면 일단 성공?

CNN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했다 (출처: 22년 8월 기사). 한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피부와 마네킨보다 마른 몸매를 갖고 있다는 점, 다른 나라에 비해서 다양성이 부족한 점, 그리고 성형외과의 실적이 $10.7 billion로 전세계에서 상위를 달린다는 점, 마지막으로 한 명의 개인을 인터뷰했는데, "한국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외모 지상주의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는 개인 의견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기사를 썼다. (독특함-uniqueness-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말이다!)


감히, CNN의 기사에 반박을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현재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갖고 있는 외모/신체적 특성의 경우, 한국에만 국한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신체 비율, 이목구비 등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일부 버추얼 인플루언서 대비하면 더 사람처럼 표현하는 편에 속한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약 300명 가량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사진들을 다 띄워놓고 보면, 이 점에 대해서 명확히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은 특히, 소비의 영역에서 한국인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니, 다양성을 추구하기에는 아직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특정 존재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말을 하려면 예쁜 것 만으로 이를 따라하려는 집단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현상은 아직 그 어디에도 없다.


결정적으로, 예쁜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즉,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정도라면, 예쁘기만 하면 다 되는 만능 치트키여야 하는데, 이제 그런 쉬운 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고, 소비자도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알고 있다. 설령 처음엔 몰랐다 하더라도 곧 알게 된다.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면' 문득문득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 일컫는 용어도 있다. 불편한 골짜기 "uncanny valley"가 바로 그것이다. 시각적으로 보았을 때 구분이 안 간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붉은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이질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에서, 외모만으로 승부를 본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피상적인 분석일 뿐이다.


예쁜 것을 넘어 매력있는 존재가 되어야 성공한다. 매력있다는 것은 총체적인 개념이다.


그럼, 그 '매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두 가지로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 한 가지는 개성. 여기에서 개성이란, 성격, 전문성, 진정성 등 다양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친근한 소통이다. 이 요소들을 아울러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려 한다.


슈두(Shudu) 제작사인 더 디지털스의 캐머런 제임스 윌슨 (CEO)의 더 디지털스 캐머런 제임스 윌슨 CEO의 인터뷰로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출처: 이코노미 조선, 21년 12월 20일)

“가상인간 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순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인간과 실제 인간 모델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또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가상인간을 제작하면서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탈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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