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그러나 한계없이. 버추얼 인플루언서

Introduction

by 해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영향을 받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도 그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거나,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만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검색을 하고, 리뷰를 찾아보고,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나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동식물의 생존전략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자연의 신비로움, 미지의 세계인 우주 또는 문학 작품과 같은 창작물 속 등장인물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사람’이 다른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을 때에는 그 존재가 전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깊이와 울림이 있는가,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즉, 사람이 영향을 받는 것은 스스로 그 영향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고 적당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이다. 영향을 주는 대상이 무엇인지 보다는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영향력의 기저에는 메시지에 대한 호기심, 관심, 또는 나에게 주는 이익이 있다.


시공간의 제약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대중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란 곧 사회적 자산을 의미한다.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TV, 라디오 등 대중 매체를 통해야 규모감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려도 그것이 권위있는 대회에서 상을 받고, 신문에 게재가 되어야 이른바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지금은 슥슥 그린 그림도 소셜미디어나 웹툰으로 올려서 누구나 인기를 누릴 수 있고, NFT 발행으로 진품 인증도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다.


전문성, 믿음, 진정성, 꾸준함, 즐거움, 아름다움, 등 다양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오히려 매스미디어를 통한 셀러브리티나 연예인보다 그 분야에 인플루언서가 더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패션, 뷰티, 재테크, 수공예, 인테리어, 농사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싼 대부분의 분야에서 우리 주위에 존재할 법한, 가깝게 느껴지는 인플루언서가 우리의 의사결정 또는 행위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technology)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통해 사람처럼 보이거나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소통할 수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virtual influencer)라고 하는 존재다.

1996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기술과 컨텐츠의 부족으로 20여년 간 답보 상태를 보이다가 2016년부터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22년 10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300명 정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성장기에 있다 보니, 버추얼 휴먼, 버추얼 아이돌, 메타 휴먼, 등 많은 명칭이 존재하고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많은 종류의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있지만, 아직 일상에 스며들지는 않다보니 언론의 조명을 받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인식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답게, 그러나 한계없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행동할 수 있다. 제한이 있다면, 사람의 상상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무엇이고, 현재까지의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이를 통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을까?


순차적으로 전개될 게시물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한 정의, 현상에 대한 분석, 그리고 앞으로 전개 양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굵직한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 브랜드 매니저를 하면서 연예인부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까지 마케팅을 책임졌던 경험과, 현재까지 출판된 전세계 논문들과 기사들, 인플루언서들 분석을 통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제시할 것이다.


그렇다고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성공 공식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서 성공 공식은 뻔해 보이지만 실상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나의 계정이 쌓아가는 영향력은 영역과 시기, 주 타겟층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그러니 하나의 공식으로 귀결되기 어렵다. 다만, 지켜야할 원칙과 지금까지의 사례를 통한 통찰력을 제시할 것이다.


2022년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뷰 논문을 쓰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거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시장인데 아직 지식이 흩어져 있고, 심지어는 한 쪽의 시각만 접하게 된 소비자들도 있다.

그래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관점의 전달이다. 같이 관련 연구를 하고, 정반합의 논의를 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 및 컨텐츠 제작사 권 대표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기로 했다. 제대로 알리고, 새로운 미래를 꾸려나갈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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