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내 몫을 해내고 싶다

by 단호박

요즘 내 이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어디로 인사이동할 거냐는 얘기부터, “박과장은 어디로 가도 걱정이다”는 얘기까지. 한 번은 커피를 사러 나갔는데, 로비에서 마주친 동료 두 명이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걸 우연히 들었다. "법인사무국에서 10년, 기관 현장도 10년... 근데 저게 다야? 저래서야 기관 가면 실무책임자로 뭘 할 수 있겠어?"

정말 숨고 싶었다. 부정할 수도 없었다. 나는 사실 현장 경력이 부족하다. 법인사무국이라는, 현장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자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말로는 현장 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땀 흘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나도 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몰랐던 건 아니다. 법인사무국에 있으면서 수많은 기관의 운영, 문제, 고민을 옆에서 지켜보고 때론 조율도 해왔다. 하지만 그게 '직접' 해본 것과는 또 다르다는 걸, 이 인사이동을 앞두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걱정된다. 나 스스로도. 내가 과연 현장에서 실무책임자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서류와 회의로 익힌 현장과, 사람을 직접 마주하며 쌓이는 현장은 분명 다를 텐데. 게다가 기관 사람들은 이미 나를 '경험 없는 사람', '위에서만 일하던 사람'으로 본다. 나도 그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인정받고 싶다. 20년을 그냥 흘려보낸 게 아니다. 나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고, 부족함을 메우려 밤늦게까지 남아 공부도 했다. 뒷말 속에서도 참고,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 그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게 억울하고, 속상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정말 부딪혀봐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든다. 책상 앞에서, 회의실 안에서 고민만 하던 시간을 넘어서, 현장이라는 진짜 무대에 서야 할 순간이 왔다. 두렵지만, 동시에 이걸 기회로 만들고 싶다.

사람들은 내가 잘 못할 거라고 한다. 솔직히 나도 완벽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저 사람, 해보려는 의지가 있구나', '천천히라도 배워가네' 그런 평가를 듣고 싶다. 인정이, 나에게 가장 절실한 그 한 마디가 결국 나를 버티게 할 거다.

그래서 두렵고, 떨리지만 나는 내 몫을 해볼 생각이다. 실수도 하고, 욕도 먹겠지. 그래도, 그렇게 배우면서 인정받고 싶다. 결국 그게, 나도 나를 믿게 되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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