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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일 잘해?"

by 단호박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이 하나 있다.
“걔는 일 잘해?”

별것 아닌 듯 툭 던지는 이 한 마디에, 사람의 평가가 결정되곤 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내 이름도 그런 대화 속에 자주 오르내린다.
“박과장은 일은 착실하게 해. 근데…”
그 뒤는 늘 애매하다. 빠릿하지 않다는 사람도 있고,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일을 잘한다’는 건 대체 뭘까? 정말 빠르고 많이 하는 걸까? 실수를 안 하는 걸까? 모두가 좋아할만한 결과를 내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을 모르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실수 줄이려고 노력하고,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해왔다. 그래서 스스로는 "일 잘했어"라고 다독였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었다.
조직의 기준, 동료들의 기대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한다.
어떤 사람은 성과를, 어떤 사람은 과정을, 또 어떤 사람은 협업과 소통을 더 중요하게 본다. 기준이 사람마다, 조직마다 다른데…
그렇다면, '일 잘한다'는 말은 누구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걸까?

그래서 이번 전직원 교육에서 이 질문을 꺼내보고 싶었다.
‘일 잘함의 기준’을 혼자 고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정의해보고 싶었다. 내가 옳다고 믿어온 방식이 정말 함께 일하기 좋은 모습인지, 우리가 서로 기대하는 ‘일 잘함’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정받고 싶다.
법인사무국에서 일했던 시간 동안, 나도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현장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내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기준을 맞춰가고 싶다.

‘걔는 일 잘해?’라는 말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려면, 우선 우리가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기준을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게 이번 교육의 진짜 목적이다.

나 혼자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이제는 함께 붙잡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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