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오래된 건물 앞에 섰다. 한 60대 중반의 기부자가 유언공증을 통해 사후에 건물과 토지를 우리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조사차 방문한 것이다.
그는 심장과 폐 질환으로 세 차례 응급실에 실려 간 뒤, 남은 삶을 정리하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하느님이 주신 거, 다시 돌려드리고 가는 거죠.” 담담하게 웃는 얼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현행 사회복지법인 규정에 따르면, 기부받은 부동산은 대부분 ‘기본재산’으로 편입된다. 기본재산이 되면 매각이나 수익사업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 이사회 의결과 관할 지자체 승인을 거쳐야 하고, 세제 혜택도 사용 조건에 따라 다시 세금이 부과된다.
즉, 기부자의 뜻대로 ‘팔아서 쓰는 것’도, ‘임대 수익을 목적사업에 쓰는 것’도 제약이 많다.
이번 건물도 예외가 아니다. 1층은 기부자가 살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임대 중이다. 기부자와 가족들은 “그냥 주겠다는데, 왜 받는 쪽에서 ‘받을지 말지’를 따지고,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서 이 얘기를 하다 보면 실무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이런 말이 나온다.
“현금으로 주면 제일 좋은데…”
말끝에 웃음은 섞였지만, 그 웃음 속엔 복잡한 행정 절차와 법적 제약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 있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기부 받은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출연 자산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데 발목이 잡힌다. 심지어 ‘상업시설을 기부받아 수익을 만들어 쓰는 것’조차 법적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세금만 내며 묵혀 두는 부동산이 생긴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기부자와 단체가 함께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혜자 몫을 늘리는 방향이 부럽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 그 골목길 끝에서 건물을 한 번 더 돌아봤다.
기부자의 호흡은 거칠었지만, 그 마음은 분명하고 따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뜻이 제도 속에서 갇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일지 모른다. 기부를 ‘받는 쪽의 혜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