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을 모아야 할 때가 있다.
팀회의를 하고, 행사를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용자들과 나들이를 가고, 다시 돌아와 평가회의를 한다. 일의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이 과정들을 늘 익숙한 방식으로만 진행해 왔다.
회의는 누군가가 말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듣는다. 행사는 몇몇 사람이 대부분의 일을 맡고, 프로그램은 담당자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평가회의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많은데, 왜 함께 만든다는 느낌은 적을까.”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는 생각이 든다.
퍼실리테이션은 단순히 회의를 잘 진행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서로의 의견이 연결되도록 돕고, 공동의 결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기술이다. 누군가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팀회의에서도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하다.
회의는 보고를 듣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모여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평소 조용한 사람의 의견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행사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몇몇 사람이 기획하고 나머지는 따라오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여 더 풍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작은 의견 하나가 전체 프로그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프로그램 운영에서도 퍼실리테이션은 중요하다.
특히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에서는 진행자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보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럴 때 프로그램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경험이 된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다.
그리고 평가회의.
평가는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지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경험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을 더 잘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이 잘 이루어질 때 평가회의는 비판의 자리가 아니라 배움의 자리가 된다.
결국 사회복지 현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을 모으고 연결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은 거창한 기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다른 생각은 없으세요?”
“이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같이 한번 생각해 볼까요?”
이 질문들이 모이면 사람들의 생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회의도, 행사도, 프로그램도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내는 방법, 바로 퍼실리테이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