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해주세요.

by 단호박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상황이 생긴다.


“과장님, 이거 오늘까지입니다.”
“급해서 먼저 결재 좀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급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일단 문서를 본다.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방향을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한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원래 그런 자리다. 단순히 서류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잠시 뒤 담당자가 다시 와서 묻는다.

“과장님, 어떻게 됐어요?”
“결정 났나요?”

그 질문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흐름이 늘 비슷하다.


준비는 늦게 되었고,
결재는 급하게 올라왔고,
그리고 결과는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재라는 것은 그렇게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나는 팀장이다. 결재가 올라오면 단순히 사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검토해야 하고, 상황을 정리해야 하고, 필요하면 대표에게 어떻게 보고할지 준비도 해야 한다.

대표에게 올라가는 문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을 요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장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업무라는 것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담당자가 준비하고, 팀장이 검토하고, 상급자가 판단한다. 그 흐름 속에서 조직의 결정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이 조금만 더 함께 고려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도 결재 문서를 하나 넘기며 조용히 생각한다. 결재는 누군가에게 던지는 일이 아니라, 함께 검토할 시간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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