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등급으로 볼 수 있을까

by 단호박

인사 이야기가 나오면 늘 평가가 따라온다.


누군가는 A등급을 받고, 누군가는 B를 받고, 또 누군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표는 정리되고 점수는 매겨지고, 그 결과는 마치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기록된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평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기준은 있어야 하고, 공정함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정말 사람의 일과 사회복지의 성과가 점수로 설명될 수 있을까.'


사회복지의 현장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어떤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 어떤 성장은 숫자로 기록되지 않는다. 오늘 상담실에서 울던 사람이 내일 조금 덜 울게 되는 일, 오랫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던 사람이 처음으로 복지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 스스로를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일. 이런 장면들은 평가표의 칸 안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사회복지의 성과는 대부분 변화와 성장의 과정 속에 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던 이용자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변화, 가족과 갈등 속에 있던 사람이 다시 관계를 이어 가는 변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작은 일 하나를 해내며 자신감을 얻는 성장. 이런 일들은 숫자로 기록되기 어렵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삶에서는 큰 변화다.


그런데 조직의 시선이 평가 중심으로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그 변화를 놓치기 쉽다. 기준에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성과가 없다고 말하고, 계획서에 적힌 숫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부족한 일로 판단해 버린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원래 그런 일이 아니다.

사회복지는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사람의 삶은 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복지의 성과는 종종 숫자가 아니라 방향 속에서 나타난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다면 그것이 변화이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성장이다.


그래서 나는 인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평가라는 단어가 조금 조심스럽다. 사람을 몇 가지 기준 속에 넣어 판단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만들어 내고 있는 변화의 과정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을 한다. 누군가의 삶이 조금 나아질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리고, 설득하고, 함께 고민한다. 그 과정은 느리고 때로는 반복적이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변한다.


사회복지의 성과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회복지 조직의 인사도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만들어 내고 있는 변화의 방향을 함께 보아야 한다.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도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일지 모른다.


조직은 기준으로 운영될 수 있지만 사회복지는 사람의 변화로 성장한다.


그래서 나는 평가표를 볼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 종이 한 장이 그 사람의 일을 다 설명하고 있는지,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변화는 없는지.


사회복지의 성과는 종종 평가표 밖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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