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도 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몇몇 낯선 얼굴로 시작되었지만, 어느 순간 시장과 골목, 공장과 식당 곳곳에서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 안에서도 또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그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흔히 말하는 미등록 외국인, 또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사회복지의 제도 안에서 보면 두 사람의 위치는 분명하게 나뉜다.
등록된 외국인은 제도 안에서 어느 정도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등록 외국인은 그렇지 않다. 법적인 지위가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 제도 역시 쉽게 손을 내밀기 어렵다. 제도는 분명한 기준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묘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제도는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데,
우리는 어디까지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가톨릭 교회는 오래전부터 이주민을 향한 관심을 이야기해 왔다. 낯선 이들을 환대하라는 가르침은 신앙 안에서 반복되어 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이주민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긴다. 언어 교육을 돕고, 식사를 나누고,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듣기도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누군가를 포용하려는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법의 경계에 닿게 된다. 미등록 외국인을 돕는 일은 때로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을 돕고자 했던 공동체는 마치 불법을 저지르는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법을 어기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누군가 배고픔을 이야기하면 밥 한 끼를 나누고 싶고,
누군가 외로움을 이야기하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
아마도 그 마음이 이 공동체를 움직이는 가장 작은 이유일 것이다.
이주민들이 어떤 사정으로 이곳에 머물게 되었는지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가족을 위해서 왔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더 나은 삶을 찾다가 길을 잃었을 수도 있다. 그 사정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공동체는 늘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법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과,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 사이에서 말이다.
아마 이 문제에는 쉽게 정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제도는 사회의 질서를 위해 필요하고, 동시에 인간에 대한 환대 역시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와 사회복지의 현장은 종종 그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법을 가볍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외면하지도 않으려는 길.
그 길은 때로 모호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우리가 지키고 싶은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마음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낯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느끼게 해 주는 일.
어쩌면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마음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덜 차갑게 만드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