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습니까?”
가끔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어떤 사건이나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내 마음 깊은 곳을 흔들어 놓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면 마치 삶의 방향이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태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사실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있어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또 하루를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는 결국 겸손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때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위로와 도움을 찾는 고통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외로움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28항-나)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정말 그렇다. 어느 현장을 가도,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고통과 외로움이 있다. 겉으로는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조용히 웃고 있는 사람에게도 마음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인간은 원초적으로 외로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을 찾고,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 줄 수는 없지만, 그 옆에 함께 서 있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라는 일도 결국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태도는 결국 겸손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그 곁에 조용히 함께 서 있을 수는 있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사람도, 자리도, 기억도 조금씩 흐려진다.
하지만 한 가지는 남는다.
사랑이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내 길을 간다.
누군가의 외로움 곁에 잠시라도 함께 서 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