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표, 내 이름은 없었다.

by 단호박

연초가 되면 늘 마음이 조금 긴장된다.
인사발표 때문이다.


사회복지 조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자리를 옮기고, 누군가는 새로운 역할을 맡고, 또 누군가는 승진을 한다. 그렇게 조직은 조금씩 움직인다.


올해도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사이동 이야기가 있었고, 내 자리에는 차기 후임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아, 이제 자리를 옮기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사발표가 났다.
내 이름은 없었다.


조금 의아했다. 분명 이동 이야기가 있었고 후임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막상 발표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얼마 뒤 대표가 나를 따로 불렀다.


“박과장, 이번 인사에서 박과장 이동 이야기 있었던 거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바뀌면 일을 새로 가르쳐야 하고, 지금 맡고 있는 일들도 다시 정리해야 하잖아. 다른데 신경쓸때도 많은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얼마 전 실무책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금 맡은 일들이 많고 복잡하니까, 박과장이 그대로 있는 게 좋겠어. 사람이 바뀌면 다시 설명하고 맞춰야 하는 것도 많고.”


겉으로 들으면 좋은 말이다.

“지금 자리에서 잘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대로 두는 게 좋겠다.”

처음에는 그 말을 그냥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잘하고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바꾸는 것이 번거로웠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면 일을 새로 설명해야 하고, 그동안의 흐름을 다시 정리해야 하고,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늘어난다. 익숙한 사람이 그대로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잘하고 있으니까”라는 말이 붙는다.


하지만 그 말의 속뜻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사람 바꾸는 것이 귀찮다.'


동료 몇 명은 나에게 말했다. “박과장 인정받았네.” “그래서 이동이 없는 거지.” “조직에서 신뢰하니까 그대로 두는 거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냥 웃었다.

고맙게 들리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인정받아서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사람이 있는 게 편해서일까. 조직이라는 것은 원래 조금 불편해야 움직인다. 사람이 바뀌면 시간이 들고, 서로 맞추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고,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야 조직이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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