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정년이라는 마음

by 단호박

요즘 우리 조직 안에서는 “시설장 단계적 정년연장”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공문이 내려오고 직원 인식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사실 우리 조직의 정년 규정이 마음에 들었었다.

시설장이든 종사자든 정년은 60세.

처음 이 규정을 알았을 때 묘하게 좋았다. 조직 안에 직급은 있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일하는 동료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직책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일을 한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는 행정을 맡고, 누군가는 조직을 책임진다.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 같은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시설장이라고 해서 더 오래 남아 있고, 종사자라고 해서 먼저 떠나는 구조보다는 같은 시간표 안에서 함께 일하다 함께 정리하는 모습이 오히려 건강한 조직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먼저 길을 열고,
누군가는 그 길을 따라가고,
그리고 또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그 흐름 속에서 조직은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새로운 리더도 자라난다. 그래서 나는 그 규정이 꽤 괜찮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설장"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취지는 이해가 된다. 경험 많은 시설장의 전문성과 노하우는 조직에 분명 도움이 된다. 갑작스러운 리더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 조직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사회복지는 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배워 왔다. 변화하는 사회 문제를 조금 먼저 바라보고, 다음 시대의 복지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조직 역시 그런 관점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경험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순환도 그만큼 중요하다. 누군가는 자리를 물려주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간다.

그래야 조직이 살아 움직인다.


만약 순환이 멈추면 겉으로는 안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조금씩 굳어진다.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기 어렵고, 다음 세대 리더가 성장할 기회도 줄어든다.


나는 그래서 정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시 그 생각으로 돌아간다.

시설장이든 종사자든 우리는 결국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직책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남아 있다.

시설장이든 종사자든 같은 정년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조직.

그 모습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정년을 몇 년 늘릴 것인가보다, 우리 조직이 앞으로도 순환하며 성장하는 조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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