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 않으려다 일을 키웠다.

by 단호박

오늘 나는 같은 공문을 몇 번이나 다시 보냈다.

손가락으로 ‘발송’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보내고 나면 꼭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오타 하나, 수신처 하나, 줄 간격 하나.


아침에는 “빨리 올려주세요”라는 말이 먼저였고,

나는 그 말에 맞추어 일단 올렸다.

그리고 나서야 보였다.

이름 하나가 어색했고, 수신처가 맞지 않았고, 문장 끝이 매끄럽지 않았다.


대표이사 명의로 나가는 공문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나중에 누군가가 그 문서를 다시 펼쳐 볼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고쳤다.

그리고 다시 보냈다.

그리고 또 고쳤다.


퇴근하고도 마음이 남아 있었다.

혹시 발송이 제대로 안 된 건 아닐까 싶어 확인했고,

저녁 여덟 시쯤 다시 수정해서 보냈다.


보내고 나서야 또 보였다.

이번에는 오타였다.


그때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수신처에 발송이 안 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미 퇴근한 시간, 이미 끝났어야 할 일이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


급하게 다시 들어가 수정해서 올렸다.

그리고 몇 번 더 고쳤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저녁에 왜 그룹웨어로 공문을 올리느냐는 항의가

임원들 쪽에서 대표이사에게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곧바로 대표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날이 서 있었고,

“왜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느냐”는 말이 떨어졌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그냥 오타를 고치고 있었을 뿐인데,

일은 이미 ‘커진 일’이 되어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무엇에 붙잡혀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일을 잘하려고’ 한 게 아니라

‘틀리지 않으려고’ 매달리고 있었다.


공문 한 장에 기관 이름이 걸려 있고,

대표이사 이름이 적혀 있고,

어딘가에는 그 문서를 근거로 판단할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계속 ‘다시 보내기’로 돌려세웠다.


돌이켜 보면

오늘의 실수는 오타가 아니라 타이밍이었고,

문장 형식이 아니라 멈추지 못한 마음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대충 넘기면 편한 순간이 있고,

멈춰야 하는데 계속 붙잡고 있는 순간이 있다.


오늘의 나는

후자였다.

작가의 이전글함께 일한다는 태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