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장 이야기
박과장은 오늘도 회의실로 향한다. "회의하는데 시간 다뺐기고 일은 언제하냐?"라는 김부장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메신저로 이야기 하면 얼마나 좋아. 시간도 안뺐기고." 그의 말에 동의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 기법들을 적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나 잘 하고 싶어 해요. 누구나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강사의 말이 떠올랐다. 김부장님도 분명 기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야.
"여러분, 오늘 회의의 목적은 다음 행사 추진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1분 안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팀원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와는 다른 회의 진행 방식에 호기심을 보이는 듯했다.
"먼저, 모두에게 5분간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메모해 주세요." 나는 타이머를 설정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의도적으로 모든 팀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 "자, 이제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세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팀원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평소에 말이 없던 신입사원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좋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눈 아이디어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주요 개념들을 적어 나갔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비슷한 의미의 키워드들을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나는 놀랍게도 김부장님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 이제 우리가 실행할 주요 전략들을 결정해 봅시다." 나는 팀원들의 동의를 구하며 최종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각자의 강점을 고려해 역할을 분담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나는 김부장님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느꼈다. 그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박과장, 오늘 회의 진행 잘했어. 이렇게 하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효율적이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퍼실리테이션의 힘을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 회의가 단순히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을 하나로 모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면, '회의하는데 시간 다뺐기고 일은 언제하냐?'라는 말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회의를 통해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