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어휘

by 단호박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냥 좀 그래요.”
“마음이 복잡해요.”
“기분이 별로예요.”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고 넘어간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감정어휘’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자기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화가 난다’는 말 안에도 여러 가지 마음이 숨어 있다.
억울함일 수도 있고, 서운함일 수도 있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일 수도 있다. 그 마음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슬픔도 마찬가지다.
어떤 슬픔은 외로움에 가깝고, 어떤 슬픔은 상실에 가깝다. 또 어떤 슬픔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일 수도 있다.


감정어휘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피곤함일 수도 있고, 억울함일 수도 있고, 외로움일 수도 있다. 그 마음을 조금 더 천천히 듣다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는 감정어휘가 참 중요하다.


상대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것을 말로 건네 줄 수 있을 때 사람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많이 서운하셨겠어요.”
“그 상황이면 답답했을 것 같아요.”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겠네요.”

이런 말 한마디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든다.


가끔은 내 마음도 들여다본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단순히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그 안에 있는 감정을 하나씩 찾아보기도 한다. 어쩌면 감정어휘는 마음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가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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