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수요일 갑진년 병자월 경진일 음력 11월 18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시간에는 게임을 참 많이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게임에 접속하는 일이었던 적도 있고,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며 보낸 적도 있다. 이제 와서는 닌텐도 스우치도, 스팀도, 그리고 다른 무언가도, 대체로 잊고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게임을 할 여력이 없는 것 같다. 게임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그런가. 집 밖에서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와서 집에서 게임을 할 시간과 체력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10대 중반까지 게임을 잘 하지 않고 살아왔던 건 지극히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다. 개발자인 아빠가 컴퓨터에 "게임이라고 인식되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으로 종료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놓아 집에서 게임이라는 걸 할 수 없었다. 명절 때 친척집에서 사촌의 컴퓨터 두 대를 이용하여 사촌 형제와 크레이지아케이드 4인팟을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함이었다. 웹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인식되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 시간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런 환경 덕분에 동급생들의 게임 대화에 전혀 끼지 못했다. 남들 다 아는 것, 남들 다 하는 것에서 나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10대 중반에는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모바일 게임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데이터가 포함된 요금제를 쓰기 시작한 건 꽤나 최근 일이라, 쉬는 시간에 인터넷 접속이 필요한 게임을 함께 하는 아이들의 무리에는 낄 수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엄마가 쓰던 노트북을 중고로 구매하면서 저사양 온라인 게임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땐 이미 주변에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게임은 혼자 하는 게 익숙하다. 애초에 혼자 하라고 만들어진 방탈출 류의 퍼즐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 가까운 RPG 게임을 즐겼다. 아주 드물게 네트워크를 요하며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MMORPG를 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곳에서마저 나는 파티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혼자 있었다. 조력자가 필요한 퀘스트나 몇 명 이상의 파티원이 필요한 퀘스트는 진행할 수 없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에 제약이 있었다.
10대 후반에 스팀 계정을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초반에 닌텐도 스위치를 구입하고. 방에 낡은 데스크톱을 들여오면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제약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마비노기도 가끔 버벅거리는 정도의 사양이라 고사양 게임을 돌리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던 시절에는 그런 환경에서라도 게임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한창 과수면이 심할 때에는 잠과 게임으로 하루를 채우기도 했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말랑말랑모임터에 가던 시절에는 아직 게임을 많이 했지만, 청년이음센터 다니면서 게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지난겨울부터 5월쯤까지는 또 맨날 데스크톱에 게임을 돌리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길에서 피크민블룸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청년기지개센터로 넘어온 이래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조금씩 현생을 찾아가는 걸까. 내 스팀 라이브러리에 방치되어 있는 게임들은 언젠가 생활이 안정되고 나면 여가 시간에 꺼내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