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0일 금요일 갑진년 병자월 무오일 음력 11월 20일
요즘 들어 무기력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아침에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 괜찮아지는데 그전까지의 시간대에 살아 있는 게 쉽지 않다. 어쩌면 계절의 영향인 걸까. 하지만 이전까지의 겨울 아침이 어땠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자료가 없다. 보통 저녁이나 밤에 흔적을 남기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아침에 남겨 놓은 흔적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시간대를 알 수 없는 기록들뿐이다.
어쩌면 지난주에 시작한 방 정리의 흔적이 아침에 일어난 나에게 '너 이거 해야 돼'를 조장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한쪽에서 물건을 끄집어내고 어느 정도 정리하고, 끄집어낸 물건이 줄어들면 다른 쪽에서 또 끄집어내고, 그러다 보니 계속 나의 물건들에 잠자리를 침범당하고 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의 반 정도는 그렇게 끄집어낸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그 녀석들 때문에 잠을 편하게 못 자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이제 서랍 위에 쌓여 있는 것을 정리하고 바닥에 끄집어낸 녀석들만 잘 넣어두든 처분하든 정리하면 끝나니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몇 날 며칠을 이러고 있으니 아마 며칠 정도는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때로는 '아침을 여는 중얼거림'이랍시고 글을 올려놓고 다시 아침을 닫고 드러눕는다. '의무감처럼 할 거면 하지 마라' 하며 나 자신을 그냥 자게 두는 경우도 있고, '조금만 더 쉬다가 해야지' 하다가 후다닥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급박한 느낌을 받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 그런 급박함 속에서 외출 준비를 하는 건 썩 유쾌한 감각은 아니다. 요즘은 종종 겪고 있지만. 다음 일정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나의 개인적인 오전 일정을 한 시간쯤 뒤로 미루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무기력하게 시작되는 하루라도 아무튼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런 상태로 집에 오래 있으면 점점 더 가라앉을 게 분명하기에. 집에서 심리적으로 가라앉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어디론가 나돌아야지. 집에 너무 오래 있었다가는 또다시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해 버릴 것만 같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정말 그러고 싶지는 않다.
지원사업 3년 차, 아직도 방심하면 떨어질 것 같은 저 밑바닥이 보인다. 고요한 정적 속에 시계 소리만 들리는 이 집구석에 그렇게 혼자 남아버리는 것만 같다. 그럴 땐 나의 친구들이 의지가 되곤 한다. 소소한 연락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이 서너 명쯤 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된다. 물론 무기력함이 커지면 나의 친구들은 무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지곤 하지만 말이다. 그런 순간에 나의 친구가 시답잖은 농담 섞인 DM을 보내면 괜히 피식하며 널 떠올리게 된다. 주로 라마나 나래가 그런 걸 보내곤 하는 것 같다. 어떤 의미로든 내 삶에 필요한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