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갑진년 병자월 기미일 음력 11월 21일
이런 거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라고 생각만 한 채 실천하지 않은 것들이 여럿 있다. 머릿속에만 두루뭉술하게 존재하는 것들. 그 무엇도 구체화되지 못한 채 언젠가의 생각으로 잊혀 사라져 버린다. 짧은 숏폼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라던가 어딘가에 연재할 만한 무언가, 그리고 정말 이것저것들이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그 하나하나를 붙잡고 실현한다면 좋을 텐데. 아니, 그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사실 '하면서 보완해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 버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다. 어떻게 흘러가든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 애초에 이 브런치스토리조차 나는 그렇게 시작했다. 아주 충동적인 신청과 선정, 그리고 그렇게 써내려 가는 짧은 글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생각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 시작할 땐 매거진이고 뭐고 잘 알지도 못했고, 소제목에 글자 수 제한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마 글 번호가 한 자릿수였던 시점에 여러 가지 깨달아 가며 자리 잡고, 이전 게시물들에 대한 수정 작업을 하여 일관성을 맞췄던 것 같다.
때로는 그렇게 시작해 버려도 그냥 흐지부지되는 일도 없진 않다. 짧은 공상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상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고자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어딘가] 매거진을 생성했지만 그다지 써내려 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카테고리의 경우 제목처럼 현실 기반의 공상에 대한 것이다 보니,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당사자의 입장이 조금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허구가 섞인 형태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이긴 하다. 소설 쪽으로 역량이 있는 작가였다면 잘 각색해 낼 수 있었겠지만, 나는 늘 소설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던 것 같다. 애초에 내 글을 쓰는 것보다 남의 글을 다듬는 걸 더 좋아하는 녀석이니.
적당히 흐지부지될 바에는 그냥 시작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상태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도 있다. 할 거면 좀 더 본격적으로 제대로 해보고 싶은 영역. 물론 강제성도 없고 동기 부여도 안 되는 상황 상 그것은 그저 소소한 아이디어 정도로 끝날 확률이 높긴 하다. 해야 하는 일이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든 나는 의지가 생기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 편인데, 하고 싶기는 하지만 의지가 안 생기는 일들이 꼭 있다. 공부를 하든 게임을 하든 늘 그래왔다. 어떻게든 나의 무의식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적당한 미끼를 아직 찾지 못했다.
오늘도 또 다른 '이런 거 해보면 좋을 것 같다'가 떠올라 버렸다. 그 실천 여부는, 글쎄. 어제로 서울둘레길 한 바퀴 완주하여 오전 일정도 사라졌겠다, 조만간 좀 더 구체적인 기획을 시도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하든 안 하든 어느 정도 기획을 진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진행시킬지 기각할지 나 스스로 판단이라는 것을 해보는 게 좋겠지. 그저 흐지부지되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선택하는 편이 나을 거다. 언제까지나 흘러가는 대로만 살 수는 없으니 선택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자. 후회를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더라도, 나의 삶은 어찌 되었건 내가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