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1일 화요일 을사년 기묘월 기묘일 음력 2월 12일
기술교육원에 다니는 것 말고도 개인적인 일정이 조금 있다. 입학 전에 초안을 마치는 게 목표였으나 약간의 지연으로 며칠 더 걸린 번역 프로젝트의 경우, 이제 조금만 더 건드리면 되는 정도로 남아 있는데 다른 것들을 하느라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큼직한 일정은 기술교육원과 번역 프로젝트가 전부였기에 계획에도 없던 일정이 생기지 않는 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었는데, 그 "계획에도 없던 일정"이라는 게 늘 생기기 마련이다.
이전에도 오전에 내 시간을 확보한 후 오후가 되어서야 센터에 방문했던 것처럼 내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싶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데 할애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 그래서 체력과 정신력을 빌미로 저녁 시간을 내 시간으로 빼놓아 기술교육원 다니는 동안에는 저녁 약속 잘 안 잡으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또 누굴 만나게 되더라. 이번 주는 일정이 조금 더 남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진짜 저녁 시간 확보한다... 그렇게 또 일단은 주장해 본다.
지난주 목요일에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생긴 일정은 요 며칠의 계획을 완전히 틀어지게 했다. 작년 봄에 작업했던 교재의 클라이언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작년에 맡겼던 인쇄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서 교재를 추가로 뽑으려고 하는데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인쇄 업체로부터 받은 메일을 전달해 주는데, 대체로 내가 출판 업계 작업을 어디서 배운 게 아니라 독학을 했다 보니 발생했던 이슈였다. 지난번 인쇄 업체에서는 왜 별 말 없었던 거지... 인쇄 업체 설비에 따라 요구하는 게 달라진다고 하는 얘길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건가. 하여간 주말이 껴 있었기에 이 일정은 어제저녁에야 완전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업체 측에서 최종 확인을 해주어야 더 수정할 게 있는지 판단하고 작업을 더 하든 말든 할 수 있는데, 그쪽에서도 메일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을 검증하려면 출근을 해야 했기에 주말 동안에는 작업이 동결이었다. 덕분에 꽤나 신경 쓰이는 상태로 주말을 보냈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다른 일정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거나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한적한 아침을 좋아한다. 어쩌면 아침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일 수도 있겠다. 7시쯤부터는 가족들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그전까지는 고요한 완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 이른 아침의 시간은 저녁에 일찍 자지 않는 이상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끔은 그냥 21-22시쯤 자는 녀석이 되어 버릴까 싶다가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시간에 애초에 집에 있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른 아침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려면 저녁 시간까지 확보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6시보다 이른 시간까지 확보해서 이 한적한 시간을 늘리는 건 역시 무리인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진 등교 전 두어 시간에 대해, 가진 것이라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지. 적당히 씻고 글을 쓰면 남는 시간은 거의 없긴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잠은 충분히 자야 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