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을사년 기묘월 임진일 음력 2월 25일
꿈이라는 건 늘 어렴풋하게 남아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꿈 일기 같은 걸 적어보고자 했던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펜을 집어 들었을 때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다. 그나마 기억에 남을 때에는 몇 가지 장면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정도인데, 그 단편적인 순간들로는 그게 무슨 꿈이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애매하게 잠깐 스쳐 지나갈 기억이었다면 꿈을 꾸지 않고 깊게 잠들었던 편이 나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꿈을 꾸지 않는 날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어떤 꿈을 꾸긴 했는데 아침에 그 잠깐 사이에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 분명 뭐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하는 찝찝함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 기억이 날듯 말 듯 하면서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감각은 썩 좋지 않다. 그렇게까지 기억해 내야 할 것은 아니면서도 괜히 거슬리고 신경 쓰인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나마 꿈의 조각이 남은 날이면 그게 무슨 상황이었을까 하며 되뇌곤 한다. 상대를 밖으로 쫓아낸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그 사람은 누구였는가, 나는 왜 간식거리를 빼돌리듯 훔쳐 먹어야만 했는가, 왜 상대는 어떤 장소에 온 나와 만나기로 했다는데 나는 그 장소에 간다고만 말했지 그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한 바는 없다고 하며 말이 안 맞는가. .... 그런 조각난 꿈의 흔적을 붙잡고 늘어져 봐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궁금한 상태가 지속될 뿐이지만 말이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꿈에서 기시감을 많이 느낀다. 꿈속에서 어떤 장소를 방문했을 때, 언젠가 그곳에 와봤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나의 무의식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돌려 쓰는 건지, 아니면 처음인데 여러 번 와봤다는 설정이 반영된 건지는 모르겠다. 때로는 '예전에 여기서 이랬었어' 하는 과거 시점의 무언가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언젠가의 꿈에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예전에 그랬다는 설정인지는 늘 궁금한 부분이지만 이 또한 진실은 알 수 없다.
꿈이라는 건 참 다양한 가설이 있다. 무의식의 투영이라는 설이 가장 일반적이고 말이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나는 정보가 부족해서 보류한다고 답하겠다. 내가 꾼 꿈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쌓고 싶은데 대체로 금방 사라져 버린단 말이지. 머리맡에 펜과 종이를 두고 자기도 해보고 핸드폰 메모 앱을 띄운 상태로 화면을 꺼두기도 하는 등 일어나자마자 무언가를 기록해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보았을 때에도 그것을 적으려고 하는 순간 이미 휘발되어 있으니 정보를 쌓을래야 쌓을 수가 없다. 아스트랄계에 대해서도 소소한 흥미가 있는데 그쪽 방면으로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단 말이지.